시범경기 첫날, SSG 베테랑 노경은은 프로 23년의 생활 중 가장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사인 교환 장치인 '피치컴'이 고장 나 구종을 정하지 못하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결국 주자 있는 상황에서 25초 이내에 투구를 하지 못한 노경은은 '피치클록' 페널티의 1호 주인공이 됐다.
현재까지 열린 시범경기 20경기에서 발생한 피치클록 위반 사례는 총 아홉 번.
그 가운데 투수가 볼 한 개를 떠안은 7번의 타석 중, 40%가 넘는 세 타석이 볼넷으로 이어졌다.
피치클록은 그 유명한 김원중의 이른바 탭댄스마저 없애버렸다.
김원중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간결한 동작으로 대부분의 투구를 10초 정도에 마치며, 무려 154번이나 피치클록을 위반했던 지난해보다 투구 시간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현재 시범경기 평균 경기시간은 2시간 51분으로 시간 단축효과가 눈에 띄는 가운데, 문제점도 발견됐다.
일부 야구장의 경우 내야 피치클록이 양쪽으로 너무 넓게 설치된 거다.
제가 직접 마운드 위에서 투수들의 시야를 확인해보겠다.
투수가 공을 던져야하는 포수 쪽을 바라볼 때, 피치클록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불편함이 있다.
현장 의견을 확인한 KBO는 정규시즌 개막 전까지, 수원 등 조정 요구가 있는 야구장의 피치클록 위치를 옮기기로 했다.
또 투수들의 투구판 이탈에 대해서는 횟수 제한이 없는만큼 승패가 중요한 정규시즌에서 실질적으로 시간 단축 효과가 있을 지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