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 보호구역'이 최근 화제가 됐다.
'어린이'를 지우고 '노인'으로 바꿔 쓴 흔적.
어린이 보호구역이 노인 보호구역이 된 거다.
취재 결과 지자체의 착오로 '어린이' 글자가 잘못 쓰여졌던 걸로 확인되긴 했지만, 급격한 고령화를 보여주는 결정적 한 컷 같다.
어린이를 위한 곳이 노인을 위한 곳으로 바뀌고 있는 현장들을 구석구석 취재했다.
박자에 맞춰 벨도 흔들고, 가물가물한 가사도 흥얼거려 본다.
퍼즐 놀이 삼매경도 펼쳐진다.
그런데 교구가 특이하다.
퍼즐, 블럭 모두 유아용이다.
3년 전까지 어린이집이었기 때문이다.
많을 땐 100명을 넘기도 했던 원생이 절반 이하로 줄자, 결국 '노치원' 전환을 결정한 거다.
아이들 교실은 침실이 됐고, 야외 놀이터는 어르신을 위한 텃밭이 됐다.
이번에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던 놀이터가 주차장으로 바뀐 곳에 와봤다.
21년간 쭉 놀이터였지만, 차는 많은데 아이들은 없다며 2년 전 입주민 투표로 결정했다.
이곳은 그네가 있던 자리다.
지금은 이렇게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이 5백여 곳 줄어든 최근 5년 동안, 노인보호구역은 천6백여 곳 늘었다.
그네보다 지팡이가 더 필요해진 인구 구조인 건 맞지만, 그네가 다 사라진 곳에서 아이들이 다시 늘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