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취재팀]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오는 20일 완주군 삼봉지구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한다. 주민 간담회 세 차례가 반대 시위로 무산된 끝에 “몸으로 현장을 듣기 위해 거처부터 옮기겠다”는 결단이다. 도청까지 40㎞를 왕복하며 아침, 점심, 밤마다 소규모 대화 자리를 마련해 통합 필요성과 상생 방안을 직접 설명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도전은 1997년, 2009년, 2013년에 이어 네 번째다. 세 차례 모두 완주 지역 여론이 벽이었지만, 지사는 “더는 미룰 수 없다”며 특례시 승격이라는 구체적 보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통합이 성사되면 전주(68만 명)와 완주(11만 명)를 합한 79만 인구가 2030년 100만 명을 바라보게 되고, 지방자치법이 허용하는 특례시로 격상돼 국·도 사무 200여 건을 직접 처리하고 보통교부세도 3~5%포인트 늘릴 수 있다는 논리다.
전북도는 행정 효율과 재정 건전성도 앞세운다. 두 지자체의 본예산은 합계 3조 원이지만 도로·문화·도시계획 등 중복 사업이 10%만 줄어도 연간 3천억 원이 절감된다는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가 공개됐다. 여기에 김 지사는 정부에 1조 원 규모의 통합 인센티브를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신청사와 시의회 청사를 완주에 짓고, 농업 예산을 12년간 보전하며, 통합 지원금은 전액 완주에 투자하겠다는 약속까지 포함됐다.
이른바 ‘105개 상생 발전 방안’도 논란의 중심이다. 전주시민협의위원회와 완주군민협의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 안에는 시청사, 의회를 완주에 이전하고, 출연기관 6곳을 완주로 옮기며, 혐오시설 이전을 군민 동의 없이는 금지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전주시가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완주군과 군의회는 “재원 근거와 주민 공감이 없다”는 이유로 강경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갈등이 거세지면서 찬반 여론전도 과열 양상이다. 찬성 측인 ‘완주-전주 통합추진연합회’는 읍,면 좌담회와 SNS 챌린지로 “특례시 권한은 미래 세대 기회”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반대 측 ‘완주군민대책위’는 플래카드와 거리캠페인으로 “농업 정체성과 복지가 희생된다”고 맞선다. 6월 25일 김 지사가 완주군청을 찾았다가 반대 군민들의 항의를 받아 발길을 돌린 장면은 양측의 불신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통합이 이뤄질 경우 광역 교통망의 첫 단추가 될 기린대로 간선급행버스체계(BRT)도 속도를 낸다. 9.5㎞ 구간, 사업비 448억 원 규모의 1단계 사업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조건부로 통과해 2026년 개통을 목표로 올 8월 착공에 들어간다. 전주 도심과 완주 혁신도시·삼봉지구를 30분대 생활권으로 묶는 핵심 인프라다.
절차는 주민투표가 핵심이다. 지방자치법과 주민투표법에 따라 투표율이 3분의 1을 넘고, 유효표 과반이 찬성해야 통합이 확정된다. 전북도는 행정안전부 장관 임명이 끝나는 대로 투표를 발의해 8월 말 또는 9월 초에 실시한다는 일정표를 제시했다. 주민투표가 불발되면 시·군의회 재적 3분의 2 이상 동의로도 통합을 추진할 수 있지만, 김 지사는 “주민투표 없는 통합은 공론화 실패”라며 투표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찬성 논리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통합 비용 = 편익’ 검증이 필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0년 창원,마산,진해 통합의 경우 행정 비용이 5,400억 원으로 불어났지만 정부 인센티브는 2,000억 원에 그쳤고, 사회복지 예산이 전체 예산의 39%까지 높아지면서 재정 부담이 커진 전례가 있다.
학계 의견도 갈린다. 하동현 전북대 교수는 “특례시는 국비 창구를 넓힐 확실한 통로”라고 강조한 반면, 일부 지방자치 연구자들은 “창원 사례처럼 초기 비용이 과소평가 될 수 있다”며 단계적 ‘연합 행정’부터 검토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송기도 전북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도농 상생형 메가시티가 정착하면 전주 서비스 산업과 완주 농업 6차 산업이 함께 성장할 것”이라며 통합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관영 지사는 “특례시로 가는 마지막 열차에 올라타지 못하면 전북은 수도권 블랙홀에 더 깊이 빨려 들어갈 것”이라며 “주민 한 표가 전북의 30년을 결정한다”고 호소했다. 8월 말, 투표함이 닫히는 순간 전북의 미래도 함께 판가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