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한 거니까 가진 게 없어서 못 먹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동네에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한테 뭐가 제일 먹고 싶은지 물어보니 갈비를 먹고 싶다 하더라고요.”
민생회복 소비쿠폰(소비쿠폰) 신청 첫날인 21일 오후 1시께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이기준(84)씨는 “어머님 40만원 받았어요”라는 주민센터 직원 말에 손뼉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 출생 연도 끝자리가 1, 6인 사람이 소비쿠폰을 신청할 수 있는 이날, 1941년생이자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 수급자인 이씨는 1차로 40만원(차상위 계층 및 한부모 가구원 30만원·그 외 15만원)을 받았다. 그는 “나 같은 노인들에게도 돈을 줄 수 있는 나라가 됐다니 격세지감”이라면서 “젊은이들한테 쓰는 게 좋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이날 주민센터나 시중은행 영업점 등에는 주로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찾았다. 영등포동 주민센터에는 오후 1시10분 기준 269명이 소비쿠폰 지급을 신청했는데, 고령층 위주로 오전 9시부터 신청자가 몰렸다. 영등포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오전 10시30분 대기 번호가 240번일 정도로 붐볐다가 그 이후로 한산한 편”이라며 “첫날 신청하는 분이 많을까 봐 종일 2인 1조로 4개팀이 대기했는데, 내일부터는 오후엔 2개팀으로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 영업점 관계자도 “고령층 고객을 중심으로 영업점 방문 고객이 몰리면서 영업 개시 전부터 대기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소비쿠폰을 받은 시민들은 일상생활에서 저마다 미뤄왔던 소비 계획을 털어놨다. 영등포구 문래동 주민센터에서 15만원을 받은 장화순(84)씨는 “김치를 담그려다가 채소 물가가 너무 올라 배추 한 포기에 7천∼8천원이나 해 포기했다”며 “오늘 자주 가는 가게에 가서 배추 얼마나 하는지 물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은행 앱으로 소비쿠폰을 신청한 2001년생 대학생 이건우(24)씨는 “15만원으로 직무 선택 등 취업에 도움되는 책부터 한 권 사고, 남은 돈은 신발이나 옷을 살 예정”이라며 “주위에 자취하는 친구들은 장 보는 용도로 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온라인 신청이 몰리면서 일부 카드사 앱에는 접속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버 증설에도 순간 신청자가 몰려 접속 지연이 발생한 신한카드 쪽은 기술 인력을 투입해 문제 해결 중이라고 전했다. 케이비(KB)국민카드 등 다른 카드사 앱에도 ‘접속자가 많아 일부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공지가 내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