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트럼프-젤렌스키, 백악관 회담 전부터 SNS로 팽팽한 신경전
  • 추현욱 사회2부기자
  • 등록 2025-08-18 20:16:14

기사수정
  • 트럼프 "즉시 전쟁 끝낼 수 있어"…젤렌스키 "신뢰할 방식으로 전쟁 끝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 회담을 앞두고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회담을 하루 앞둔 17일(현지시간) 밤 자신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3년 반 동안 이어지고 있는 전쟁의 지속 여부가 젤렌스키에게 달렸다고 압박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원한다면 전쟁을 거의 즉시 끝낼 수 있다. 아니면 계속 싸울 수도 있다"며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기억하라. 오바마가 (12년 전 총 한 발 없이!) 넘긴 크림반도는 돌려받을 수 없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불가하다. 어떤 것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썼다.

특히 트럼프는 '나토 가입 불가 부분' 전체를 대문자로 표시해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평화 협정의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양도, 크림반도의 러시아 편입 공식 인정,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가 푸틴이 내건 조건을 전폭적으로 수용해 백악관 회담 전부터 젤렌스키의 '결단'을 요구하고 나서자 젤렌스키도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도착 직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에서 "우리는 모두 신속하고 신뢰할 만한 방식으로 이 전쟁을 끝내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공유한다"며 영토 문제와 안전 보장과 관련된 자신의 기준도 제시했다.

그는 "평화는 지속 가능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일부를 억지로 내놓아야 했던 수년 전과는 달라야 한다. 1994년 이른바 '안보 보장'을 받았으나 그 보장이 작동하지 않았던 때와는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구소련 붕괴 뒤인 1994년에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영토 주권을 보장받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서명했지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이 각서는 결과적으로 휴지 조각이 됐다.

이처럼 젤렌스키 대통령은 과거의 양보와 어설픈 안보 보장이 더 큰 침공으로 이어졌던 역사적 경험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설득에 순순히 넘어가지 않겠다고 결의를 다진 셈이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노력에 대해서는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 국민은 항상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이에 대해 젤렌스키가 지난 2월 백악관 회담에서 '배은망덕하다'는 공개 질책을 받았던 뼈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젤레스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유럽 정상들도 대거 백악관으로 향한다. 유럽에서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이 참여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담판을 둘러싸고 시작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것과 달리 트럼프는 유럽 주요국 정상들의 대거 방문에 들뜬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는 또 다른 SNS 글에서 "내일은 백악관에 큰 날이다. 이렇게 많은 유럽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인 적은 없었다. 그들을 모시게 돼 큰 영광이다!!!"라고 적었다.

이번 백악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 방안이 핵심 사안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러시아 측은 러시아도 안전 보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 주재 러시아 측 국제기구 대표인 미하일 울리야노프는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서방은 아직 러시아에 어떤 안보를 보장할지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실수이며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문제가 향후 협상에서 다뤄질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안전 보장에는 1990년의 '나토 동진 금지' 약속보다 훨씬 더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르포>어둠의 시대, 동네에서 발견한 '참된 교회' [뉴스21 통신=홍판곤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는 여전히 냉소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회다운 교회'를 찾기 어렵다는 말도 흔하다. 그러나 기자가 살고 있는 의왕시에서,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지역을 밝히는 공동체를 만났다.예배당 없이 학교 체육관에서 예배를 드리는 의왕우리교회(담임목사 온기섭)가 바로 그곳이다. 의왕우리.
  2. 공무원 사칭 사기 기승… 제천·단양서 연이어 발생 “각별한 주의 필요” 최근 충북 지역에서 공무원 사칭 사기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자영업자와 납품업체들의 주위가 요구되고 있다.최근에는 제천시에 이어 단양군에서도 군청 재무과로 속인 전화금융사기가 실제로 시도됐다.단양군의 한 환경업체 직원 A 씨는 지난 12일, 모르는 번호로부터 부재중 전화를 받은 뒤 다시 연락했다. 상대방은 자신을 “재무과 직...
  3. ‘동네 한바퀴 돌고돌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뉴스21 통신=최병호 ]*사진출처-ㅂㄴ구1동 마을교육협의회반구1동 마을교육협의회는 11월 12일(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네 한바퀴 돌고돌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반구1동의 대표 명소와 전통시장을 체험하는 뜻깊은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는 인애어린이집, 파랑새생태유치원, 햇살지역아동센터, 나토얀태권도...
  4. 제천시, 지방도 포장공사, 공사 후에도 ‘비포장 수준’…부실시공 논란 충북 제천시 명지동 245-5번지, 662-5번지 일원 지방도 5호선 합류로 구간이 최근 진행된 포장 공사 후에도 도로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한 상태를 보이며 운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취재진이 확인한 현장 사진에서는 포장 장비와 덤프트럭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으나, 공사가 끝난 구간은 새로 포장된 도로라고 보기 어려울 정...
  5. 이재명 대통령, “국가 전체 위한 피해 입은 경기 북부, 문제 신속 처리하겠다” [뉴스21 통신=추현욱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북부에 집중된 미군 반환 공여지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해당 지자체들은 숙원 사업이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일부는 더 파격적인 지원책이 제시되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이 대대통령은 지난 14일 경기 파주시에서 ‘경기 북부의 마음을 듣..
  6. 파주시 단수 이틀여만에 해소…16일 오전 전역 수돗물 공급 재개 파주시청 전경. 파주시 제공지난 14일 시작된 파주지역 단수가 이틀여가 지난 16일 오전 정상화됐다.파주시는 광역상수도관 누수 사고로 교하동, 운정동, 야당동, 상지석동, 금촌동, 조리읍 등지에서 이어졌던 대규모 단수가 16일 오전 11시를 기해 모두 해소됐다고 밝혔다.시는 관로 압력 변화로 일부 지역에서 일시적 탁수 현상이 발생할 가..
  7. ‘참좋은세상 무료급식소’에서 따뜻한 마음이 담긴 11월 배식봉사 활동 [뉴스21 통신=최병호 ]*사진출처-울산서부라이온스울산서부라이온스클럽은 11월 13일(목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남구 봉월로38번길 15에 위치한 ‘참좋은세상 무료급식소’에서 따뜻한 마음이 담긴 11월 배식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이번 봉사에는 김두경 회장님을 비롯해 정상훈 3부회장님, 고문님, 자문님, 그리고 여.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