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계좌 지급정지 제도가 역으로 악용되면서, 이른바 ‘통장 묶기’ 사기가 확산하고 있다.
이 수법은 모르는 돈을 피해자 계좌에 입금한 뒤 보이스피싱 연루 계좌로 신고해 계좌를 정지시키는 방식이다. 계좌가 묶이면 출금·이체가 불가능해지고, 피해자는 억울하게도 범죄에 연루된 사람처럼 취급된다.
지난달 50대 여성 김 모 씨는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는 전화를 받고 개인정보 문서를 제출했다. 며칠 뒤 김 씨 계좌에 1천만 원이 입금됐고, 곧바로 계좌가 정지됐다. 이후 사기범들은 “정지를 풀려면 입금자가 동의해야 한다”며 추가 금전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2차 갈취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피해자가 무관함을 입증하기 위한 절차도 까다롭고, 은행마다 기준이 달라 대응이 늦어지는 문제도 있다.
동국대학교 이윤호 교수는 “통장 묶기 피해를 당했을 경우, 협박 전화를 믿지 말고 반드시 금융감독원에 이의 신청을 제기해야 한다”며 “추가 금전 요구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