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아파트에서 아들을 사제총기로 살해한 사건은 단순한 가족 간 갈등이 아닌, 오랜 생활비 의존과 왜곡된 피해의식이 결합된 결과였다.
공소장에 따르면 A 씨(62)는 전처와 아들로부터 2년간 매달 640만 원을 중복 지급받았다. 그러나 생활비 지급이 끊기자 전처와 아들이 자신을 함정에 빠뜨렸다는 망상에 빠졌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지들끼리 짜고 나를 셋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A 씨는 1998년 성범죄로 이혼한 이후 직업 없이 전처와 아들에 의존해 살아왔다. 자신의 나태함과 방탕한 생활을 인정하기보다는 책임을 전처와 아들에게 전가했고, 끝내는 “사랑받는 아들 일가를 살해하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범행은 치밀했다. 유튜브에서 사제총기 영상을 본 뒤, 20여 년 전 구입해둔 산탄을 활용해 직접 총기를 제작하고, 운전 연습까지 하며 범행에 대비했다. 범행 당일 아들이 “살려달라”고 호소했음에도 추가로 격발했고, 아내와 자녀, 가정교사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사건은 충격적인 범죄 계획뿐 아니라 경찰의 지연 대응 문제도 드러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현장 대응이 1시간 이상 지연돼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비극적 사건”이라며 “즉시 진입 기준 마련과 현장 지휘관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가족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경찰 대응 매뉴얼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