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와 관련해 대검찰청·공수처·국방부 조사본부 등 5개 수사기관이 수용 의사를 밝혔다며 다시금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미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상황에서, 인권위가 뒤늦게 수용 사례를 부각시키는 것은 당시 논란 많았던 권고 결정을 정당화하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각 수사기관은 지난 3~5월 사이에 “불구속 수사 원칙을 준수하겠다”, “인권을 보장하며 수사하겠다”는 취지의 원론적 답변을 제출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를 ‘수용 의사’로 분류해 발표했다. 실제로 회신 시점은 헌재의 파면 결정(4월 4일) 이전이거나 직후였으며, 구체적 이행계획이 아닌 일반적인 수사원칙을 반복한 수준에 그쳤다.
당시 인권위 권고안은 “불구속 수사 원칙을 유념하라”는 표현과 함께 “국회의 탄핵소추가 권한 남용일 수 있다”, “대통령 주장에 긍정적인 여론이 늘고 있다”는 등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문구를 담아 ‘내란 옹호’ 논란을 불렀다. 일부 위원들은 시민단체에 의해 내란선동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인권위가 이번에 수사기관 회신을 다시 꺼내든 건, 당시 권고안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사실상 무력화된 뒤 흔들리는 내부 위상과 외부 비판에 대응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수용 여부를 공식 보고하는 절차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권고가 옳았던 것처럼 왜곡하는 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