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가 청풍호반을 떠나 제천비행장에서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를 개최했지만, ‘정체성 상실’과 ‘준비 부족’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시는 기존 청풍호반 특설무대의 한계(3천석)를 넘어 비행장에 5천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초대형 돔(Dome)을 설치하며 “지역사회와 융합하는 영화제”를 내세웠지만, 정작 개막식 관람객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더 큰 문제는 행사장의 기본적인 관리조차 미흡했다는 점이다. 개막식 레드카펫 진입로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고, 이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아 방문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제영화제를 표방하면서도 행사장 주변 풍경은 방치된 채, 붉은 카펫 옆으로 풀들이 무성히 자라난 모습이 대비되며 “겉치레만 신경 쓰고 실질적인 준비는 부실했다”는 비판을 불렀다.
행사 시기와 장소 변경에 대해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엄태영 국회의원은 “애초 여름 휴가철을 겨냥해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는데, 시기를 9월로 옮기고 청풍호반마저 버리면서 매력이 반감됐다”며 “이럴 바엔 차라리 ‘비행장 영화제’로 명칭을 바꾸라”고 직격했다.
올해 영화제 예산도 위태롭다. 전체 사업비 44억600만원 중 국비는 1억 원에 불과하다. 2016년 4억 원까지 늘었던 영화진흥위원회 지원금이 급감한 가운데, 대책 마련이 지지부진해 도비 매칭 예산까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시민 의견 수렴도 없이 집행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영화제가 정체성을 잃었을 뿐 아니라, 기본적인 현장 관리조차 소홀해 국제 행사로서의 품격을 스스로 깎아내렸다”며 “치적 쌓기에 급급한 전시행정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오는 9일까지 제천비행장과 짐프시네마, 제천예술의 전당, 의림지·솔밭공원 등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