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고공 행진했던 전어 가격이 올해는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어획량은 줄었지만 소비가 따라주지 않으면서 가격이 작년 대비 최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금(金)전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던 작년과 비교하면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9월 초 노량진수산시장 기준, 전어 활어 1kg 평균 도매가는 약 1만 5천 원 선으로 형성돼 있다. 지난해 같은 시기 2만 6천 원을 넘겼던 가격과 비교하면 약 40% 가까이 낮아진 수치다. 남해안 주요 산지 수협에서도 도매가는 9천 원대에서 1만 원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소매 가격도 전년 대비 20~30% 이상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다.
가격 하락은 어획량 증가 때문이 아니다. 진해 수협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어 어획량은 약 1만kg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 7천kg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삼천포 등 다른 주요 산지 역시 전체 물량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수온 현상 등 해양 환경 변화가 전어 생육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이 줄었음에도 가격이 낮아진 이유는 수요 위축 때문이다. 지난해 전어값이 일부 시점에 3만 원대를 넘기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게 형성됐고, 그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는 물량은 줄었지만 전어 구매량은 여전히 작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해 일부 전어 관련 지역 축제가 취소되거나 축소된 점도 수요 위축에 일조했다. 지역 현장 판매와 외식용 수요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유통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런 상황은 유통가의 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대형마트는 올해 전어 물량을 작년보다 50% 확대하면서도 가격을 20% 이상 낮춰 ‘대중화 전략’을 택했다. 손질 전어, 소분 포장, 간편회 제품 등 다양한 소비자 맞춤형 상품이 시장에 출시되면서 접근성도 높아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어를 다시 식탁 위에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제철을 맞은 가을 전어는 지방 함량이 높아져 맛과 영양이 뛰어나고, 가격 부담이 줄어들며 다시금 별미로 주목받고 있다.
전어 시장은 당분간 공급보다 수요가 시장 가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 심리가 얼마나 빠르게 회복되느냐에 따라, 올가을 전어의 유통 성적표도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