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뉴스캡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휴전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 수도 도하를 공습하면서 중동 정세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자 협상 창구였던 카타르를 겨냥한 이번 공격은 협상 후퇴는 물론, 미국과 이스라엘 간 신뢰 균열까지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에 대해 “모든 측면에서 매우 불만스럽다. 이는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네타냐후 총리로부터 이번 공습에 대해 사전에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강조하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SNS에도 “주권 국가이자 미국의 긴밀한 동맹이며 평화 중재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카타르에 대한 일방적 폭격은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적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하마스 지도부가 모여 휴전 제안을 검토하던 현장을 공습했다. 하마스는 고위 간부들이 공격에서 살아남았다고 주장했으나, 조직원 다수가 숨졌고 카타르 보안군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오늘 공격을 본 이상 현재 협상에서 유효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카타르는 가자지구 전쟁을 멈추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중재 의지를 거두지는 않았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우려와 비판을 쏟아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카타르 주권과 영토 통합성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며 확전을 경계했고,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도 “역내 불안을 키우는 행위”라며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이미 흔들리던 인질 협상과 휴전 논의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BBC 국제 편집자 제러미 보웬은 “외교가 파탄 났다”고 진단했고, 미국 분석가 브렛 맥거크는 “카타르가 중재 역할을 축소할 수 있어 인질 협상이 중단될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외교가에서는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이 전쟁 종결을 위한 협상판 자체를 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