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아리셀 참사’의 경영책임자인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사진= 네이버db 갈무리)
[뉴스21 통신=추현욱 ] 지난해 6월 공장 화재로 23명이 숨진 ‘화성 아리셀 참사’의 경영책임자인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가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최고 형량이다.
23일 수원지법 제14형사부(부장판사 고권홍)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 등의 선고 재판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법원은 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 대표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에게는 징역 15년과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하고, 공동 피고인인 아리셀 직원 6명에게는 징역 2년, 금고 1∼2년, 벌금 1000만원 등이 선고됐다. 보석 석방돼 재판받던 박 대표를 포함해 아리셀 임직원 등 5명은 선고 직후 모두 법정구속됐다.
이와 함께 아리셀 법인에는 벌금 8억원, 한신다이아에 벌금 3000만원, 메이셀에 벌금 3000만원, 강산산업건설에 벌금 1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박 대표에게 징역 20년, 박중언 총괄본부장에게는 징역 15년을 구형한 바 있다. 공판 과정 중 박 대표 측은 아리셀에 대한 경영책임이 박 대표에게 없음을 주장해왔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아리셀의 일상적인 업무는 박중언이 한 것으로 보이나 여러 증거에 따르면 박순관은 박중언에게 실질적인 보고를 받는 지위에 있었다”면서 “박순관이 박중언으로부터 매번 중요 업무보고를 받고 특정한 사항에 대해 지시를 내린 것은 명목상 대표 이사가 아닌 실질적인 사업 총괄 책임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박순관은 비상구와 비상통로를 안전하게 유지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한 점이 인정되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른 인과관계도 인정된다”며 “박순관은 박중언에게 기업의 매출은 강조한 반면 근로자에 대한 안전 지시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화재 사고는 예측 불가한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예고된 일이었다”며 “그 이면에는 생산과 이윤 극대화를 앞세워 노동자 안전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 우리 산업 구조 현실과 파견근로자의 노동현장 실체가 어둡게 드리워져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서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결과는 어떠한 것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면서 “해당 화재 사고로 23명이 사망했고 사건이 매우 중해 이에 상응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아리셀 공장 3동 내 2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작업 중이던 23명(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다.
박 대표는 이 화재와 관련해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를 받아왔으며, 같은 해 9월 구속기소 됐다. 그러다 박 대표는 올해 2월 보석으로 석방돼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그의 아들 박 본부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선고 직후 피해자 유족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태윤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이 참사는 23명만 죽인 것이 아니다.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가족이 너무도 많다”며 “지금까지 재판 과정에서 유족에게 사과 한마디 없던 박순관 대표는 자신이 경영책임자라고 선고받자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나 징역 15년은 너무 짧다”고 강조했다.
재판 과정에서 유족 측 변호를 받은 신하나 변호사는 “박순관 측은 재판 과정에서 모두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배척하고 책임을 인정했다”며 “선고 형량에 아쉬움은 있지만, 우리 사회가 반성하고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재판부의 양형 이유는 곱씹어 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