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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해상운임 지수가 10년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하며 국내 해운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업계에서는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향후 수년간 구조적 불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상하이 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198.21로 전주 대비 14.3% 하락했다. 이는 2015년 11월 12일(-15.1%) 이후 9년 10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SCFI가 12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재작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NH투자증권은 “SCFI 지수가 2016년 이후 주간 단위로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며 “미주 서안 노선이 31%, 동안 노선이 23% 하락하는 등 미주 항로 운임이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황을 반영하는 중국 컨테이너운임지수(CCFI) 역시 같은 기간 5.07포인트 떨어진 1120.23을 기록했다.
운임 하락세는 올해 들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분기 평균 SCFI는 1645.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4% 떨어졌고, 1분기와 비교해도 6.6% 낮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홍해 사태와 미·중 교역 증가로 운임이 상승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이 겹치면서 하락세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KOBC)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컨테이너선 선복량이 발주된 신조선 인도 물량까지 더해져 수요 증가 속도를 크게 앞서고 있다”며 “공급 과잉 구조는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삼일회계법인 역시 “해운업은 국가기간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경기 민감성이 크며, 향후 탄소 규제와 연료비 상승, 디지털 전환 비용이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미국이 다음 달부터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어서 추가적인 악재로 꼽힌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발 수요 둔화와 미국 항만 규제 강화가 맞물리며 운임 하락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현재 해운 업계는 구조적으로 2028~2029년까지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3~4년간 해운산업에 암흑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적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증권업계는 HMM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세계 경기 둔화와 미국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컨테이너 물동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며 “연내 신조선 인도까지 이어지면서 시황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