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개장을 알리는 버튼을 누른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외환시장 24시간 개방과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도입을 공식화하며 원화 국제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번 조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 편입을 앞당기기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현재 국내 외환시장은 새벽 2시까지만 열려 있다. 유럽 투자자들의 참여는 가능하지만, 정작 미국 투자자들은 거래 공백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글로벌 자본 유입 확대를 위해서는 “시간대 제약 없는 시장 개방”이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정부가 거래시간을 전면 개방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조치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역외 원화결제 기관’ 제도다.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직접 원화를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굳이 국내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원화 거래·보유·조달이 가능해진다. 환율 변동성에 대응하는 헤지 수단이 다양해지고, 원화 사용 범위가 넓어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원화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 가능성을 높이려 한다. 선진시장 편입은 한국 자본시장의 오랜 과제였지만, 외환시장 접근성과 자본 유출입 규제 등이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내 종합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관건은 신뢰다. 24시간 시장 운영이 실제로 해외 투자자들의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투명한 제도 설계와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 역외 원화결제 역시 달러 중심 국제 금융 질서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외국 금융기관들의 실질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