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위성락-정동영 힘겨루기…20년 묵은 ‘자주파-동맹파’ 갈등 재조명
  • 추현욱 사회1부기자
  • 등록 2025-10-04 15:35:48
  • 수정 2025-10-04 21:34:32

기사수정

지난 9월 24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총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SBS뉴스영상캡쳐)


[뉴스21 통신=추현욱 ]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필두로 한 ‘동맹파’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이 속한 ‘자주파’가 외교·안보 현안을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는 것이다.


자주파-동맹파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각각 남북의 자주성을 강조하는 그룹과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그룹을 뜻한다. 자주파는 남북관계 개선에 방점을 찍는 반면, 동맹파는 미국과 협력이 우선이고, 남북 대화는 한미 공조 틀 안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논쟁에 불을 붙인 건 ‘자주파’로 분류되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다. 정 전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세미나에 자문위원으로 참석해 “대통령이 앞으로 나갈 수 없도록 붙드는 세력이 있다. 이른바 동맹파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사실상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저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싫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에 있다”며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 주변에 소위 ‘자주파’가 있어 앞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자주파-동맹파 갈등은 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유엔(UN)총회에서 밝힌 ‘엔드(E.N.D) 구상’에 대한 해석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 대통령은 대북 문제와 관련해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뼈대로 하는 ‘엔드(E.N.D) 구상’을 내놨다. 위 실장은 이 세 요소가 우선순위나 선후 관계가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추동하는 구조”라고 한 반면, 정동영 장관은 엔드 구상은 우선순위가 있고 교류·협력이 선행 과제라고 지적했다.


‘자주파 대 동맹파’ 구도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인사가 짜여질 때부터 사실상 예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의 외교·안보 라인 이 자주파-동맹파 갈등이 불거진 20년 전과 등장인물이 비슷하다는 이유다. 게다가 위 실장은 20년 전 자주파-동맹파 갈등을 직접 겪은 당사자이기도 하다.


자주파-동맹파 갈등은 정책적 입장 차이에 그치지 않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두고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정동영 장관은 지난달 24일 외교·안보 분야 당정회의에서 장관급으로 구성된 엔에스시에 외교부, 국방부 출신인 국가안보실 1, 2, 3차장이 참석하는 것을 문제로 삼으며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언급했다. 엔에스시 구성상 자주파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소수일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또 위 실장이 맡은 엔에스시 상임위원장도 통일부 장관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통일부 장관 겸 엔에스시 상임위원장을 맡았던 전례를 참고해, 본인이 위원장을 맡아 남북관계 개선 등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자주파 대 동맹파 갈등에 난감해하는 기류도 적지 않다. 여당 내에서 위 실장은 합리적 인사로 특히 미국 정계의 강경파가 제기하는 한국의 반미 정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위 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을 외교안보 라인의 주요 투톱으로 내세운 것도 이런 이유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미국을 상대로 한 관세협상이 한창 진행 중인데, 자주파 대 동맹파 갈등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게 없다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냐”며 “대통령실에서 메시지 조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전북지사 경선 심층] “성과 vs 정책 vs 공세”…전북지사 경선, 세 가지 정치 스타일의 충돌 더불어민주당의 전북특별자치도지사 경선 대진표가 8일 확정됐다. 현직인 김관영 전북지사, 3선 의원인 안호영 의원, 재선 의원인 이원택 의원이 맞붙는 3파전이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세 후보 모두에게 경선 자격을 부여했고, 지역 정가의 관심을 모았던 김 지사 심사 통과 여부도 결국 “전원 경선”으로 결론 났다.  이번...
  2. “시민 목소리 차단했나”…도지사 방문에 1인 시위 피한 제천시 ‘차단 행정’ 논란 충북 김영환의 제천시 방문 일정에서 제천시가 청사 앞 1인 시위와의 접촉을 피하고자 출입 동선을 변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차단 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제천시는 지난 10일 오후 3시 42분부터 약 20분간 시청 4층 브리핑실에서 충청북도지사 기자간담회를 개최한다고 사전 안내했다.하지만 도지사 방문을 앞두고 제천시 자치행정...
  3. “보조금 부정 집행 의혹” 제천문화원장·사무국장 경찰 고발 충북 제천문화원의 보조금 집행 과정에서 부정 사용 의혹이 제기되며 결국 경찰 고발로 이어졌다.제천지역 한 시민은 최근 제천문화원의 보조금 부정 집행과 관련해 문화원장과 사무국장을 보조금 관리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제천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고발인은 “제천시 감사 결과 문화원 보조금이 목적 외로 ...
  4. 세계여성의날 기념식 및 장학금 전달식 성황리 개최 세계여성경영인위원회(WWMC)가 주최한 **'2026 세계여성의날 기념식 및 장학금 전달식'**이 3월 8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봄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이번 행사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고 여성 리더십의 가치와 사회적 역할을 되새기며, 미래 인재를 격려하기 위한 장학금 전달과 표창 수여 등을 통해 의미 있.
  5. 태양광 뜯어내고 98억 들인 제천시청 주차타워…준공 3개월 만에 ‘균열·들뜸’ 부실 논란 충북 제천시가 청사 주차난 해소를 명분으로 약 98억 원의 혈세를 들여 건립한 제천시청 주차타워가 준공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균열과 들뜸, 도장 박리 등 각종 하자가 잇따라 드러나며 부실시공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특히 해당 사업은 기존에 설치돼 있던 태양광 발전 시설까지 철거하며 추진된 사업이어서 “환경시설을 없애고 만든 ...
  6. “제천시청 회계과 사칭 보이스피싱 시도”…공무원 기지로 피해 막았다 충북 제천에서 제천시청 공무원으로 속인 전화금융사기 사기 시도가 발생했으나, 시청 공무원의 신속한 확인으로 실제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지역 광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9일 한 남성이 제천시청 회계과 직원으로 속이며 간판 광고 계약을 추진하겠다며 접근했다.이 남성은 제천시청 명의를 앞세워 신뢰를 유도.
  7. 국민의힘 구리 당원들, 경기도당에 탄원서… “백경현 시장, 5대 공천 부적격자 해당” [구리=서민철 기자] 국민의힘 구리시 당협의 일부 책임당원들이 백경현 현 구리시장의 차기 시장 후보 공천을 반대하며 경기도당에 집단 탄원서를 제출해 지역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14일 국민의힘 구리시 당협 소속 일부 책임당원들은 국민의힘 경기도당을 방문하여 김선교 도당위원장과 사무처장 앞으로 백경현 시장후보의 공천 원천 배.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