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민철 기자] ‘무도한 권력의 칼날’이라며 정면 비판했던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경찰에 체포된 지 이틀 만에 전격 석방됐다. 법원이 “체포의 필요성이 없다”며 경찰의 강제수사에 제동을 건 것이다. 석방 직후 이 전 위원장은 “경찰의 폭력적 행태”를 직격하며 “수사 과정의 부당함을 법적 절차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선언, 본격적인 법적 반격을 예고했다.
서울남부지법은 4일, 이 전 위원장 측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을 인용했다. 법원은 “헌법상 핵심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이유로 하는 인신 구금은 신중해야 한다”며 “이미 상당한 조사가 진행됐고 추가 조사 필요성이 크지 않은 점, 성실한 출석을 약속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체포의 필요성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석방 직후 법원 청사를 나선 이진숙 전 위원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아직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희망을 봤다”며 사법부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자신을 체포한 경찰을 향해서는 날을 세웠다. 이 전 위원장은 “경찰의 폭력적인 행태를 접하면서 일반 시민들은 어떻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하며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부당함에 대해서는 향후 법적 절차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체포 과정의 위법성을 따지는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은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에 즉각 선을 그었다. 경찰은 공식 입장을 통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법원이 체포 자체의 '적법성'은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체포의 필요성이 유지되지 않아 석방됐을 뿐, 소환에 불응한 피의자에 대한 영장 집행은 정당한 절차였다는 항변이다.
경찰은 또한 "연휴가 끝나는 대로 이 전 위원장 측과 출석 일자를 다시 조율해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혀, 혐의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석방 결정을 두고 정치권은 격하게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사필귀정”이라며 “정권의 실정을 덮기 위한 야만적인 정치 탄압임이 법원의 판단으로 증명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무리한 수사를 강행한 경찰과 검찰, 영장을 발부한 법관에 대해 직권남용 등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며 총공세를 예고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아쉬운 결정”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수차례 소환에 불응하며 사법 절차를 무시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석방이 면죄부는 아닌 만큼, 앞으로 성실히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경찰의 수사는 동력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강제수사의 명분이 약해진 상황에서 이 전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리한 수사’라는 역풍에 직면한 경찰이 향후 수사를 어떻게 이어갈지. 그리고 이 전 위원장이 예고한 ‘법적 반격’이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