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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과 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중은행에서 골드바와 실버바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귀금속 투자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실물 공급이 제한되고, 금융권은 주문 지연 사태까지 겪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거래소는 오는 20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1kg 실버바 공급을 중단한다고 우리은행에 통보했다. 한국조폐공사도 37.5g, 100g, 375g, 500g, 1kg 등 모든 규격의 골드바 공급을 내년 1월 1일까지 중단한 상태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에서는 현재 금거래소의 1kg짜리 골드바만 구매할 수 있으며, KB국민은행은 금거래소의 1kg 골드바와 실버바만 판매 중이다. 배송 기간은 약 10영업일로 지연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1kg 골드바만 취급한다.
국제 금 시세는 이날 온스당 4,100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은 시세도 온스당 52.5달러로 1980년 미국 은 파동 당시 최고치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불안, 달러 약세, 경기 둔화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12개월 금 가격 목표치를 온스당 4,5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은 가격 목표치는 온스당 50달러로 제시했으며, 물가 상승과 통화정책 완화 기조 속에 귀금속의 투자 매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단기적으로 고용 위험은 하방, 인플레이션 위험은 상방이라고 언급하면서 금과 귀금속 업종의 매력이 더욱 부각됐다”며 “이번 상승 흐름은 2026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 올해 초 이후 금과 은 가격이 각각 40~50% 상승하는 동안,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금광·은광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120% 이상 급등했다. 대표 상품으로는 ‘반에크 금 채굴(GDX)’과 ‘글로벌X 은 채굴(SIL)’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금과 은의 단기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향후 통화정책 변화와 경기 흐름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실물 금 거래 시 부가세, 보관료 등 비용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