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공기가 신선하게 내려앉은 토요일 저녁,
문래동 꽃밭정원으로 향했다. 평소엔 조용하던 정원이였지만 이날만큼은 곳곳에 조명이 켜지고, 음악이 흘러나오며 마치 작은 축제의 마을로 변해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니 분홍빛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가을밤 정원에서 함께하는 정원토크 & 그린시네마,'
이 문구 하나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설렜다.
사람들은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펴고, 따뜻한 커피나 간식을 손에 들고 있었다.
오후 3시 반부터는 구석구석 라이브 무대가 열렬다.
핵시아의 감성적인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퍼지고,
민송과 조이보컬이 이어서 분위기를 띄었다.
마지막으로 김가람의 무대가 끝날 때쯤엔 이미 많은 관객들이 모여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박수를 보냈다.
해가 지자, 무대 앞이 따뜻한 조명으로 물들었다.
정원토크 콘서트가 시작된 것이다.
서율밴드의 잔잔한 연주와 함께
산이정원 대표 이병철 씨가 '도심 속 정원이 주는 치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행작가 김예솔 씨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영등포구 최호권 구청장은 "영등포의 정원 문화 확산"에 대한 비전을 전했다.
공연과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도심 속에서도 '쉼'과 '소통'이 가능한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마웠다.
밤 8시, 스크린에 영화 **'미나리'**가 상영되었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스크린 속 들판이 펼쳐지자
주변의 나무 냄새와 어우러져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간 듯했다.
옆자리에서는 아이와 부모가 나란히 손을 잡고 있었고,
앞줄에는 연인들이 서로 어깨를 기대며 영화를 보고 있었다.
그 풍경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영화 같았다.
둘째 날(19일)에도 문래동 꽃밭정원은 활기로 가득했다.
위더스응원단의 힘찬 무대로 시작된 공연은
민송, 김형래, 한서희의 노래가 이어졌고,
'도전! 정원 골든벨' 코너에서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퀴즈를 풀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마지막 영화는 '라라랜드'.
희미하게 보이는 별빛 아래에서 들려오는 재즈 선율이
가을밤의 낭만을 완성했다.
정원을 배경으로 음악과 영화, 사람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 이틀.
'정원토크 & 그린시네마'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 닿는 작은 축제였다.
도심 속에서도 자연과 함께 숨 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지역이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