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스페인서 피카소 ‘기타가 있는 정물화’ 실종… 운송 중 사라진 10억 원대 작품
  • 장은숙
  • 등록 2025-10-20 10:03:15

기사수정
  • 마드리드→그라나다 이송 중 행방불명… 경찰, 국제 공조 수사 착수
  • 감시카메라 작동 중이었지만 작품 누락 확인 늦어… 운송 절차 부실 논란

피카소(1881∼1973)의 1919년작 ‘기타가 있는 정물화(Naturaleza muerta con guitarra)’가 운송 중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스페인에서 전시를 앞둔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1919년작 ‘기타가 있는 정물화(Naturaleza muerta con guitarra)’가 운송 중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작품의 보험가액은 약 60만 유로, 한화 약 10억 원에 달한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El País)와 카데나 세르(Cadena SER)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작품은 오는 10월 9일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의 카하그라나다 문화센터(CajaGranada Fundación)에서 열릴 예정이던 전시 ‘정물화: 무생물의 영원성(Bodegón: La eternidad de lo inerte)’에 출품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10월 3일 마드리드에서 출발한 운송 차량이 문화센터에 도착한 뒤, 작품이 제대로 인수되지 않은 채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재단 측은 “운송 차량 도착 당시 모든 상자가 엘리베이터를 통해 전시장으로 옮겨졌고, 감시카메라도 작동 중이었다”며 “다만 각 상자에 부여된 번호가 정리되지 않아 실시간으로 모든 작품이 도착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10월 6일 오전 포장 개봉 과정에서 학예사와 전시 책임자가 해당 작품의 부재를 발견했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스페인 국가경찰(Policía Nacional)은 현재 그라나다 관할 절도 전담팀과 함께 수사 중이다. 수사 당국은 작품의 실종 시점을 특정하기 위해 마드리드–그라나다 구간의 CCTV와 이동경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으며, 작품을 국제 도난 예술품 데이터베이스 및 인터폴(INTERPOL)에도 등록했다.


한편 일부 스페인 매체는 운송 차량이 그라나다 시내로 진입하기 전 약 20킬로미터 떨어진 데이폰테스(Deifontes) 지역에서 잠시 정차한 사실을 보도했다. 경찰은 이 정차 구간이 작품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지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라진 그림은 피카소가 1919년에 구아슈(불투명 수채화 물감)와 연필로 그린 소품으로, 크기는 세로 12.7센티미터, 가로 9.8센티미터다. 작지만 피카소 특유의 입체파적 구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소유주는 개인 수집가로, 고가 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이번 사건은 스페인 미술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엘파이스는 “운송과 인수 과정이 모두 감시 하에 이루어졌음에도 작품이 사라졌다는 점은 심각한 관리 부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허핑턴 포스트 스페인판은 “단 한 점의 관리 공백이 곧 예술사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예술품 운송 및 전시 관리 체계 전반의 점검을 촉구했다.


피카소의 작품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도난 사건의 표적이 됐다. 1976년 프랑스 아비뇽의 미술관에서는 피카소의 작품 118점이 도난당해 프랑스 최대 규모 미술품 절도 사건으로 기록됐으며, 2007년에는 손녀 마리나 피카소의 별장에서 약 900만 파운드, 한화 170억 원 상당의 그림 12점이 도난당한 바 있다.


그라나다 경찰은 “아직 특정된 용의자는 없지만, 작품의 이동 경로와 운송 인력 전원에 대한 조사 중”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술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피카소의 유산뿐 아니라 스페인의 문화유산 관리 체계에 대한 경종”으로 평가했다. 작은 크기의 작품이지만 그 공백은 스페인 문화계에 결코 작지 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제천고 총동문 한마음 축제…79년 전통 잇는 ‘자부심의 장’ 충북 제천고등학교가 개교 79주년을 맞아 18일 오전 9시부터 제천중학교 교정에서 ‘총동문회 한마음 축제’를 열었다. 본교가 개축 공사 중인 관계로 올해 행사는 제천중학교에서 진행됐다.행사장에는 엄태영 국회의원(제천고 25회), 김창규 제천시장, 이상천 전 제천시장, 전원표 제천·단양 민주당 지역위원장, 이찬구 제천발전...
  2. 의왕시 사근행궁, 의로운 왕의 도시가 잊지 말아야 할 자리 [뉴스21 통신=홍판곤 ]정조는 '의로운 왕(義王)'이었다. 그는 백성을 사랑했고, 아버지를 그리워했으며, 무너진 나라의 기강을 세우려 했다. 사근행궁에 들렀을 때마다 마음속에 품었던 건 단 하나였다."아버지를 배알하고, 백성을 돌보는 그 길이 곧 임금의 도리다."그 길 위에 오늘의 의왕(義王)이 있다. 그러나 지금, 그 이름의 ...
  3. 강동구 어르신을 위한 문화복지를 펼치다 지난 10월 16일(목) 오전11시에 서울 시립강동실버케어센터에서는 어르신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강동융복합복지네트워크(회장 김근희)가 주관하는 찾아가는 공연 [신나는 참여 뮤지컬] ‘심학규와 뺑덕이’ (구성/연출 장귀복)로 약 60여명의 어르신들과 관계자 20여명이 웃고 울며 박수와 환호 속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
  4. 운정5·6동 행정복지센터 착공 김경일 파주시장(왼쪽 여덟번째)이 지난 15일 운정5동 행정복지센터 착공식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파주시파주시는 지난 15일 운정5동과 운정6동에 새로운 행정복지센터 건립을 위한 착공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건립 공사에 들어간다고 16일 밝혔다.운정5동 행정복지센터는 사업비 262억원을 투입해 2027년...
  5. 제천시, 초고압 송전선로 ‘1년 전부터 인지’하고도 침묵… 충북 제천시가 초고압 송전선로(345kV 신 평창–신 원주) 건설사업이 지역을 통과할 가능성을 지난해 11월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하지만 시는 이 사실을 시민에게 단 한 차례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아 ‘행정의 무책임’과 ‘정보 은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11월 제천시를 포함한 해당 구...
  6. 중구 어르신 가족사진 무료 촬영봉사 활동 [뉴스21 통신=최병호 ]중구자율방범연합대(대장 이종혁)는 지역사회의 따뜻한 나눔 실천과 어르신 공경 문화 확산을 위해 2025년 10월 18일(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중구자율방범연합대 사무실에서 ‘중구 어르신 가족사진 무료 촬영봉사’ 행사를 진행하였다. 이번 봉사는 중구에 거주하는 어르신 20가족을 대상으로 무료 가족사...
  7. 영남지역 대형산불 피해지 신속하고 완성도 높은 복구방안 논의 영남지역 대형산불 피해지 신속하고 완성도 높은 복구방안 논의- 산불피해 복원·복구 추진단 3차 추진 상황 점검 회의 개최 -산림청(청장 김인호)은 정부대전청사에서 지난 3월 발생한 영남권(경북·경남·울산·대구) 대형산불 피해지에 대한 체계적이고 조속한 복구를 위해 산불피해 복원·복구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