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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2023년 9월 12일 경복궁을 비공개 방문했을 당시, 국보 223호인 근정전 내부에 들어가 임금이 앉는 자리인 어좌에 직접 앉았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2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국립박물관문화재단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은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을 상대로 당시 상황을 추궁했다. 정 사장은 당시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김 여사의 경복궁 방문을 직접 수행한 인물이다.
양 의원의 “누가 어좌에 앉으라고 했나”는 질의에 정 사장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문체위원장 김교흥 의원의 질책이 이어지자 “본인이 가서 앉으셨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시 이동 중이었고, 1~2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같은 자리에서 이기헌 민주당 의원이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김 여사에게 앉으라고 권유했느냐”고 묻자, 정 사장은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상황이 그렇다”고 답했다. 문체위에 제출된 경위서에서도 정 사장은 “정확하지 않지만 이 전 위원장의 권유로 김 여사가 어좌에 앉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적었다.
경복궁 근정전의 어좌 (사진=국가유산청)
근정전 중앙에 놓인 어좌는 조선시대 임금이 조회를 받거나 외국 사신을 맞이할 때 사용한 의자로, 왕권의 상징이다. 뒤편에는 해와 달, 다섯 봉우리, 소나무, 폭포, 파도 등을 그린 ‘일월오봉도’가 놓여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문체위 소속 임오경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김건희씨가 근정전 방문 당시 용상(어좌)에 앉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역대 대통령 가운데 어좌에 앉은 사례는 없었다”며 “용상은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어좌는 ‘재현품’이며, 제작 시점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기헌 의원이 확보한 경복궁 2023년 9월 12일 상황일지에 따르면, 김 여사는 이날 오후 1시 35분 협생문을 통해 입장해 근정전, 경회루, 흥복전을 차례로 방문했다. 오후 3시 26분까지 약 두 시간 동안 머물렀으며, 일정표에는 ‘VIP’로 표기돼 있었다. 이날은 화요일로, 일반 관람이 제한된 휴궁일이었다.
앞서 20일 주진우 시사인 편집위원은 김 여사가 이배용 전 위원장과 함께 국보 224호인 경회루 2층에 올라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 여사는 선글라스와 민소매 원피스를 착용하고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포즈를 취한 모습이었다. 이 전 위원장은 김 여사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금거북이를 건넨 ‘매관매직 의혹’으로 현재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국가 상징 공간의 위상과 절차를 훼손한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하며, 비공개 일정이라 하더라도 공적 공간 방문에 최소한의 예절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