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성동구 제공
- 정원오 구청장 “‘속도전’ 강조하던 오세훈 시장, 정작 속도 낼 구조 개편 우려하고 있어”
- 주택정책 전문가들도 동의… 국토부 “조속히 반영해 추진될 수 있도록 힘 모을 것”
서울 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속도 잃은 신통기획, 서울시 권한의 자치구 이양 통한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정비사업 과정에서 반복되는 행정 병목의 구조적 원인 진단 △사업 규모별 행정 권한의 자치구 이양 타당성 검토 △권한 분산을 통한 갈등관리·행정 효율 제고 및 주택공급 촉진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는 국회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국회 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천준호 국회의원실이 주관했다. 김세용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이선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가 발제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진교훈 강서구청장, 전성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정책연구센터장, 임규호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부위원장, 김헌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또한 박용갑·박주민·박홍근·복기왕·안태준·염태영·윤종군·이연희·전현희·천준호·한정애 의원(이상 가나다순)도 참석해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앞서 정원오 구청장은 “서울시의 과도한 중앙집중 행정이 정비사업 지연의 근본 원인”이라며 관련 논의를 처음 제기해 공론화한 바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정 구청장은 “서울의 주택공급은 더 이상 시장 한 사람의 속도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 이제는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히며 두 가지 핵심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로, 정원오 구청장은 정비사업 병목을 개별 사건이 아닌 ‘초기 설계단계의 구조적 문제’로 규정했다. 그는 “병목의 뿌리는 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데 있다”며, 정비구역 지정권을 자치구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원오 구청장은 정비구역 지정 과정에서 서울시 기준과 지역 요구가 충돌하며 보완 요구가 반복되고, 이후 단계에서도 서울시 조정·정책 변화로 심의가 지연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를 두고 정원오 구청장은 "이 문제를 오세훈 시장도 알고 계시니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한 것인데, 사실상 ‘사전 모의고사’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며 “생활권을 가장 잘 아는 자치구가 초기 정비계획을 제때 마련하면 훨씬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둘째로 자치구 권한 확대를 둘러싼 오세훈 시장의 주장 등에도 정원오 구청장은 “근거 없는 정치적 프레임에 가깝다”고 일축하며 차례로 반박했다.
먼저 오 시장이 “자치구가 하면 엇박자가 난다”라는 주장에 대해, 정 구청장은 “이미 모든 정비사업은 도시정비기본계획이라는 단일 상위계획 아래 움직이고 있어 자치구가 멋대로 할 여지도 없고, 필요하면 추가적인 통제 장치도 충분히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구청장마다 속도전을 하면 전세대란이 날 수 있다”는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렇다면 ‘속도는 난다’는 점 자체는 인정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속도를 강조해 온 서울시가, 정작 속도가 나는 구조개편에는 전세대란을 언급하며 반대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자치구 역량이 시에 비해 부족할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1995년 민선 1기부터 반복된 낡은 프레임일 뿐”이라며 “서울시는 기술직 인사 통합, 기반시설 심의의 공동 운영 등 수십 년간 권한 이양을 병행해 왔고, 그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한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구청장은 “서울의 문제는 자치구 때문이 아니라 병목을 방치한 시스템 때문”이라며 “정비구역 지정권을 분산해야 계획의 질이 높아지고, 보완·보류·갈등이 반복되는 현 구조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주택공급 동력은 시장의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 개편을 통해서만 확보된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정원오 구청장은 오세훈 시장이 올해 2월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 등에서 중앙 권한을 지방으로 과감히 이양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했던 점을 언급했다. 이어 “예산·인력·규제 등 ‘3대 핵심 권한’은 지방에 넘겨야 한다고 하면서 정비구역 지정권은 예외 취급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지정권자 확대에 대한 정원오 구청장의 제안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발제자로 나선 이선민 변호사는 현행 구조를 “중앙집권적 도시개발의 산물”로 규정하며 “시대 변화에 맞춰 권한이 차츰 지방으로 이양돼 왔고, 이제는 특별시·광역시에도 그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는 모든 사업의 결정권자가 아니라 규칙을 조정하는 조정자이자 전문성을 지원하는 지원자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제 국토연구원 센터장은 “신통기획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서울시가 혼자 처리하기엔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대상지가 많아질수록 한정된 행정력은 분산될 수밖에 없고, 초기 빠른 진행이라는 신통기획의 원 목적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한 “자치구의 특성이 배제된 일관된 기준은 계획 단계에서부터 갈등을 내포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자치구가 일정 권한을 갖는 것이 갈등을 줄이고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임규호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현행 신통기획은 주민 합의를 민간이 직접 수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공공지원이 부재한 것도 사업 장기화의 요인”이라고 꼬집었으며,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현장에서는 ‘신속 통합 기획이 아니라 저속 통합 기획’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신통기획 뿐만 아니라 정비구역 지정과 통합심의 권한도 자치구로 일부 이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헌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도 “정원오 구청장이 앞서 제시한 아이디어에 더해 오늘 논의된 내용은 9.7 부동산대책에 담겨 있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유의미한 제안”이라며 “세대, 면적 등을 기준으로 적절히 배분해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조속히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에 힘을 모으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관련 법안 발의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의원은 “12년간 구도심에서 구청장을 한 경험이 있다. 오늘은 서울시를 대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방도 (재개발·재건축 사업 지연으로) 땅값이 올라가고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법안 발의를 통해 서울시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에 권한 이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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