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고성 =서민철 기자) 총사업비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강원도 고성군 '반암항 어촌뉴딜 300' 사업이 어촌계의 불투명한 운영과 행정 당국의 관리 감독 부실로 인해 좌초 위기에 처했다. 특히 어촌계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계원 중 상당수가 실제 거주하지 않는 '위장 전입자'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고성군과 거진읍은 형식적인 조사로 일관하며 사실상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집주인과 짜고 치면 끝?"… 하나마나한 위장전입 조사
논란의 핵심은 반암리 어촌계의 의사결정 구조다. 제보자 A씨는 "어촌계원 중 9명이 실제 마을에 살지 않으면서 주소만 옮겨놓은 위장 전입자"라며 "이들이 투표권을 행사해 특정인(어촌계장)의 독단적 운영을 돕고 있다"고 주장하며 고성군에 진정을 넣었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고성군청과 거진읍의 답변서는 충격적이다. 조사를 담당한 거진읍 행정복지센터는 답변서에서 "이장 조사 및 집주인과의 통화를 통해 거주 여부를 확인했으며, 실제와 다르다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주민 B씨는 "위장 전입은 애초에 지인이나 친척 집에 주소만 얹어 놓는 것인데, 공범일 수 있는 집주인에게 전화해서 '거기 사람 삽니까?'라고 묻는 게 무슨 조사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수도·전기 사용량이나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 객관적인 '생활 반응' 조사는 배제한 채, '전화 한 통'으로 면죄부를 준 셈이다. 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자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 100억 국비 사업장, 수익금은 '개인 통장'으로?
행정의 무관심 속에 어촌계 운영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어촌계장이 해수욕장 운영 수익금 등을 어촌계 법인 통장이 아닌 '개인 명의 통장'으로 관리해왔다는 증언과 녹취가 확보됐다. 어촌계장은 "운영 편의를 위한 것이며 오히려 사비로 적자를 메꿨다"고 항변하지만, 구체적인 회계 감사 자료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어촌계장이 관리선을 개인적으로 임대해 운영하거나, 면세유를 부정 사용할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하지만 관리 감독 권한이 있는 고성군 해양수산과는 민원 답변서에서 "어촌계는 비법인 사단이므로 내부 정관에 따를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 "군청-읍사무소-수협"의 무한 책임 떠넘기기
현재 반암항에는 뉴딜 사업으로 지어진 커뮤니티 센터와 낚시 공원 등 수십억짜리 시설물들이 부실 시공 논란과 운영 주체 갈등 속에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관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바쁘다. ▲고성군 해양수산과는 "개입 권한 없다" ▲허가민원과는 "거진읍 소관이다" ▲거진읍은 "이장이 문제없다더라" ▲고성군 수협은 "원만히 합의하라"는 식이다.
그 사이 '유령 계원'들이 장악한 어촌계는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고, 100억 혈세가 투입된 시설은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 고성군이 지금이라도 경찰 수사 의뢰 등 적극적인 행정 조치에 나서지 않는다면, '토착 비리 방조'라는 오명을 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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