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협중앙회에 대한 특별감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하고 있다.강호동 농협은행장이 뇌물 수수 혐의에 따른 경찰 수사와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 결과에 대해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형식적 사과와 임기 만료를 앞둔 겸직 사퇴에 그쳤다는 지적과 함께 “근본적인 책임은 회장 본인이 져야 한다.”는 교체 요구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강 회장은 13일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관에서 농식품부 특별감사 중간 결과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논란이 된 농민신문 회장 겸직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해외 출장 과정에서 규정을 초과해 사용한 숙박비 약 4000만 원을 전액 반납하겠다고 약속했다.
강 회장은 “국민과 농업인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번 사안을 단순한 위기 수습이 아닌 농협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 회장이 내려놓겠다고 밝힌 농민신문 회장직은 애초 두 달 뒤인 3월 말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으며, 농협은행장직은 유지한 채 겸직만 정리한 것이어서 실질적인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나온다.
농협은행은 내부 쇄신을 이유로 지준섭 부회장, 여영현 상호금융대표 등 일부 임원이 조만간 사퇴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들 역시 임기가 3월 말로 끝나는 인사들이다. 특히 이들 임원은 이번 농식품부 특별감사에서 직접적인 지적을 받지 않은 인물들로, 농협 내부에서는 “잘못은 회장이 했는데 책임은 임원들이 진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강 회장은 해외 출장 시 하루 250달러로 제한된 숙박비 규정을 어기고, 하루 200만 원이 넘는 5성급 호텔 스위트룸을 이용하는 등 총 4000만 원가량을 초과 지출했다. 또 농민신문 회장직을 겸직하며 연봉 약 3억 원을 별도로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농협은행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지배구조와 회장 선출 방식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곱지 않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본격적인 농협 지배구조 개혁에 나서기 전에 회장이 이사회를 재정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농협은행 지배구조 개혁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상황에서, 강 회장의 거취 문제는 더욱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협은행 임원은 외부 추천과 이사회 위촉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앙회장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스스로 개혁’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농업계와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사과와 환급만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회장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형식적인 쇄신이 아닌 책임 있는 결단 없이는 농협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는 평가다.
강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농협은행 쇄신이 진정성 있는 변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하나의 ‘보여주기식 대응’으로 남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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