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뉴스 영상 캡쳐2024년의 마지막 날. 평양 5월 1일 경기장은 신년 경축 공연을 보려는 북한 주민들로 북적였다.
북한 매체는 한 해 동안 각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주민들이 초청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1월 1일 : "착실하고도 확실한 성과들로 가득 채워온 공로자, 노력 혁신자들과 군인. 청년 학생들을 비롯한 수많은 군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걸어서 입장하는 일반 주민들과 달리,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등장한 노동당 간부들이 눈길을 끌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나타났는데, 가족 동반 행사인 만큼, 아이들이 김 부부장의 자녀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관람자 여러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기 게양식이 있겠습니다."]
리춘히 아나운서의 현장 진행으로 북한 국기게양과 국가 제창이 이어지고, 뒤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등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김주애와 동행해 딸의 위상을 부각했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사랑하는 자제분과 함께 주석단 관람석에 나오십니다."]
북한이 공개한 신년 공연은 형식적으로는 예년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남녀 무용단이 출연해 율동으로 분위기를 띄웠고. 북한의 대표 가수 김옥주가 중심이 되어 공연을 이어갔다.
[북 노래 ‘우리의 국기’ : "국기는 우리의 영광 영원한 우리 미래."]
북한 교예 단원들도 아슬아슬한 묘기들을 선보이며 열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또 1월 1일 자정이 다가오자 시계 소리가 울리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셋, 둘, 하나."]
["새해를 축하합니다!"]
해가 바뀌자 폭죽이 터지는 장면 역시 몇 년째 반복되고 있는 방식이다.
그런데 전문가와 탈북민은 북한의 신년 경축 공연이 더 이상 ‘인민의 축제’가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의 1호 행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변화는 행사 장소가 바뀐 점이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는 야간 신년 공연이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됐는데, 2023년부터는 5월 1일 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김일성 광장은 광장이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나마 흐트러지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뒤쪽을 보면 솜사탕도 판매하기도 하고 풍선도 왔다 갔다 하는 이런 분위기가 연출됐다면 지금은 들어갈 때부터 정해진 자리와 정해진 위치에 앉아서 국가 의례를 따라가는. 2000년대 이전과 비교하면 굉장히 오픈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행사 자체는 굉장히 규율과 질서를 갖춘 국가 행사로 진행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5월 1일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기 보다 동원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장미/2020년 탈북 : "그 정도 인원이 동원되려면 조직적으로 나오는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관중 중에 군인들도 보이잖아요. 군인들이 그렇게 시간을 내서 자연스럽게 나와서 즐길 수가 없거든요. 북한에서 그런 공연을 한번 준비하려면 자연스러울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1호 행사였거든요. 1호 행사는요 저희가 그 행사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옷차림 검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다 조직적으로 진행이 돼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1호 행사에 사람들이 참여할 수가 없어요."]
또 하나의 변화는 신년 공연이 김주애를 부각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김주애의 등장 빈도는 꽤 높은 편이었고, 의도적으로 편집된 장면들도곳곳에서 확인됐다.
공연 중 노래를 따라부르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
[북 노래 '조국에 대한 노래' : "사랑하노라 나의 조국을 그대 없인 한순간도 못 살아."]
김주애 역시 비슷한 장면이 편집되어 방영됐다.
[북 노래 '우리는 조선사람' : "대대손손 굴할 줄을 모른다. 보여주리라 그 기상 백배해."]
신년 카운트 직후에도 약속이라도 한 듯 양 볼에 입을 맞추는 장면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 장면은 지난해 신년 공연과 꼭 닮아 있다.
올해는 김주애가 화동들에게 꽃을 받고, 양볼을 쓰다듬어 주는 모습이 추가됐다.
이런 행동은 김정은 위원장의 행동을 그대로 모방한 것으로 보여진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예전 지도자는 우리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그리고 우리가 따라가야 하는 지도자의 이미지였다면 최근 김정은의 이미지는 인민과 더불어 있는 모습이고 우리가 지켜줘야 할 대상이고 그런 수령의 분신으로서 인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역할이 김주애에게 주어졌다고 볼 수 있고요. 소위 말해 김정은 같은 경우 나이가 있기 때문에 인민들에 직접 다 간다면 조금 더 어린아이들에 대한 다가감. 이것을 김주애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모습이 반복될수록 주민들 사이에서 김주애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미/2020년 탈북 : "계속해서 비디오에 노출이 되다 보니까 북한 주민들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제는 김주애가 나오는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익숙한 상황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마 그런 효과를 노리고 김주애 등장을 계속해서 좀 부추기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소위 말하는 로열패밀리, 백두산 줄기 만경대 가문의 인민에 대한 사랑이 자제분한테도 구현되고 있다는 것을 하나둘씩 스며들기 때문에 거부감이 예전에 비해 꽤 많이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될 겁니다."]
나아가 이번 신년 공연은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북한 당국이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김정은 위원장의 단독 우상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 신년 경축 공연만큼은 김 위원장 개인에 대한 찬양을 최소화하고, 국가 제일주의와 사회주의 이념을 강조했다는 거다.
이러한 변화는 공연에서 불려진 노래의 가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 노래 '조국과 나의 운명' : "그대와 끝까지 함께 하리 조국아."]
2025년의 시작과 함께 사회주의 국가의 우월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방향성을 분명히 다시 한번 인민들에게 제시했고 2025년도 이 방향으로 갈 거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고요. 2025년은 8차 당대회 마지막 종결되는 해이고 올해와 내년에는 굉장히 크게 제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올해도 작년에 성과 있었고 잘 하겠구나 하는 그런 안도감을 줄 수 있는 행사구성이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공연을 통해 전달되는 북한 당국의 메시지가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장미/2020년 탈북 : "(오히려) 심야 공연을 안 한다고 했을 때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아직도 북한에서는 주민들한테 우리가 이렇게 잘 먹고 잘살고 있다고 보여주는 수단이 행사밖에 없거든요. 그런 것밖에 정보라든지 중앙당의 힘을 과시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그런 것들이 좀 낡아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주민들한테 미치는 영향이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가를 수 없는 하나의 운명 그대와 끝까지 함께 하리 조국아."]
당국과 최고지도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4대 세습 의지까지 담고 있는 북한의 신년 공연.
공연이 가진 상징성이 큰 만큼, 앞으로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갈지, 지속적인 관심과 분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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