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TN뉴스영상캡쳐모두가 잠든 새벽, 아프가니스탄 동부 난가르하르의 적막을 깬 것은 하늘을 가르는 폭음이다.
미사일이 떨어진 자리에는 무너져내려 흔적조차 남지 않은 집들과 주인 잃은 살림살이만이 처참하게 뒹군다.
파키스탄이 예고 없는 기습 공습을 단행하면서 마을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한다.
비명 소리조차 낼 수 없었던 새벽의 습격, 주권 침해를 넘어선 피의 복수극이 다시 시작된다.
테러 배후 처단, 파키스탄의 전격 기습이다.
파키스탄 정보부는 공습 직후 공식 성명을 발표한다.
극단주의 무장 단체들의 은신처 등 총 7곳을 정밀 타격했다는 내용이다.
파키스탄 측은 최근 자국 내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의 배후로 아프간 기반 무장 단체를 지목한다.
우리 국민을 죽인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명분 아래, 파키스탄은 망설임 없이 국경을 넘어 아프간 본토를 폭격한다.
파키스탄은 이번 공습으로 무장대원 80명 이상을 사살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한다.
추가적인 사망자 확인을 통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인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아프간 현지 경찰은 사망자 대부분이 민간인이라고 반박한다.
폭격이 가해진 곳은 무장 단체의 기지가 아닌 평범한 민간인 가옥이며, 새벽잠을 자던 무고한 주민들이 그대로 매몰됐다.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국가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강력히 규탄한다.
아프간 정부는 파키스탄의 이번 행위를 선전포고에 준하는 도발로 간주하며,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
테러 방지를 구실로 이웃 나라의 민간인 거주지를 폭격한 파키스탄의 행위는 국제법적으로도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양국은 해묵은 영토 및 무력 갈등을 이어온다.
지난해 10월에도 파키스탄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공습하자 아프간군이 보복에 나서 양측에서 70여 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다.
당시 4년 만에 최악의 유혈 사태를 겪으며 간신히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번 기습 공습으로 평화 약속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된다.
이번 사태는 파키스탄과 아프간의 갈등이 다시 전면적인 무력 충돌로 치닫는 기폭제가 된다.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 속에 양국 접경 지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가 된다.
정치적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무고한 민간인들이 폭격의 희생양이 되는 비극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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