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뉴스영상캡쳐
더불어민주당이 쟁점 법안을 일방 처리하기로 하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대응하면서 어제 국회는 심각하게 파행됐다. 국민의힘은 강선우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만 참여했고, 민주당은 3차 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뒤 7박 8일간 필리버스터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법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 등 이른바 ‘사법 3법’도 날마다 1건씩 단독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새달 3일까지 민주당이 쟁점 법안을 상정할 때마다 필리버스터로 맞서기로 했다.
이번 파행은 거대 여당이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사법 3법을 야당과 합의 없이 일방 처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촉발됐다. 여야가 내부 계파 갈등에 치중하며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은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필리버스터는 여야 간 타협이 불가능할 때 소수당이 쓰는 최후 수단이다. 19대 국회는 단 1회, 20대 국회는 2회, 21대 국회는 5회였으나, 이번 22대 국회는 임기 절반도 안 된 올해 2월 초 기준으로 21회나 반복됐다. 국회법은 전체 의석의 5분의 3 이상 동의하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야당은 필리버스터를 반복적으로 활용하고, 여당은 무감각하게 대응한다.
어제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특별법도 단독 처리했다. 국가 행정체계를 바꾸는 사안에 야당은 손을 놓은 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공방만 이어졌다.
혈세로 세비를 받으면서 이런 난장 국회를 반복하는 것에 국민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를 무효화한 가운데,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는 시급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사법 3법 일방 처리에 대응하며 대미투자특위 진행도 쟁점 법안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국익이 걸린 대미투자법을 해결하려면 여당이 먼저 정쟁 불씨를 걷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급하지 않은 사법 3법을 굳이 일방 처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동시에 화급한 대미투자법을 볼모로 삼겠다는 야당의 태도도 정상적이라 볼 수 없다.
민주당은 미국 관세 압박 대응을 위해 내달 9일까지 대미투자법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여당과 야당 모두 협상의 의지를 보이지 않으며, 이렇게 무능하고 염치없는 국회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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