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TN뉴스영상캡쳐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합동 공습 직후 이란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알화 가치 급락과 고물가, 서방의 경제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정학적 긴장까지 고조되자 개인과 기관이 가상자산을 일종의 ‘경제적 피난처’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글로벌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미·이스라엘 합동 공습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란 내 주요 거래소의 시간당 자금 유출 규모는 올해 평균 대비 873%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습 당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사흘간 거래소에서 빠져나간 가상자산은 약 1030만달러(약 137억원)로 추산된다. 약 78억달러 규모로 평가되는 이란 가상자산 시장은 과거에도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급격한 변동성을 보여온 바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대규모 시위로 당국이 인터넷을 전면 차단했을 당시에도 시민들이 자산 보호를 위해 비트코인을 개인 지갑으로 옮기는 이른바 ‘디지털 뱅크런’ 현상이 나타났다. 중앙화 거래소에 예치된 자산을 통제 가능한 개인 지갑(셀프 커스터디)으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약 1000만달러 규모 자금 이탈의 배경을 몇 가지 가능성으로 분석한다. 우선 전쟁 공포 속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자산 동결 위험을 우려해 개인 지갑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다른 시각에서는 거래소 차원의 선제적 유동성 관리 조치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란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노비텍스(Nobitex)는 2025년 약 9000만달러 규모의 해킹 피해를 겪은 전력이 있어 위기 상황에서 보안과 자금 이동에 민감하게 대응했을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이란 혁명수비대(IRGC) 등 국가 연관 단체가 군사적 긴장을 틈타 제재 회피나 자금 세탁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온체인 데이터상에서는 노비텍스를 중심으로 이란 중앙은행(CBI), 혁명수비대 연관 지갑, 하마스 관련 지갑 등 제재 대상과 연결된 흐름도 일부 포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이란은 당국의 인터넷 통신망 차단 및 속도 제한 조치로 가상자산 서비스 접근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자금 이동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체이널리시스는 보고서에서 “현 단계에서 유출 자금이 개인 투자자의 생계형 자금인지, 거래소의 자체 보안 조치인지, 혹은 국가 기관의 개입인지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자금의 최종 이동 경로를 추적해야 이번 ‘크립토 엑소더스’의 실체를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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