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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낮은 자입니다. 조정희
  • 기사등록 2019-12-09 15: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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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낮은 자입니다.


한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자식에 대한 절실한 사랑이야 어느 어머니에게 더하고 덜함이 있겠는지요. 


그러나 카톨릭신자였던 그 신앙심 깊은 

어머니가 조금 남달났다면, 늘 기도하면서 자신의 몸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해 나가는 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자식들에게 그것은 어떤 회초리나 꾸지람보다 더 큰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자라면서 목회자가 되기를 꿈꾸던 아들은 

어머니의 기도가 큰 힘이 됐는지 신학교에 진학해 긴 수련기간을 거치면서 

사제의 길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그날이 옵니다.


아들은 신부가 되어 한 성당을 책임지는 

본당 사제로 떠나게 됩니다.


아들을 떠나 보내기 전날 저녁 어머니는 

아들을 조용히 불러 앉힙니다.


그리고 작은 보퉁이 하나를 건네줍니다.


【신부님 내일 본당에 가시거든 풀어보세요】


아들 신부는 다음 날 부임지로 떠납니다.


그날 겨우 짐을 정리하고 늦은 시간 바쁜 하루를 보내느라 신부는 아직 어머니에게서 받은 선물을 풀어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주셨을까?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신부는 작은 보퉁이를 풀었습니다.


소중하게 싼 보퉁이 속에는 아주 조그마한 애기들이 입는 옷이, 그러나 이미 빛이 바래서 누렇게 변한 배내옷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낯익은 어머니의 글씨로 쓰인 

편지 한통이 있었습니다.


이 옷은 신부님이 태어나면서 입었던 배내옷입니다.


이제 신부님은 한 성당의 신자를 맡아 돌보셔야 할 분입니다.


성당의 신부님은 모든 신자가 우러러보고 따르는 크고 넓고 높은신 분입니다.


그러나 신부님 신부님도 태어날 때는 이렇게 작으셨습니다. 이렇게 어렸습니다.


나도 예전에는 이렇게 어리고 작았다는 

마음을 아시고 언제나 작은 신부님 낮은 신부님이 되어 주십시오.


그렇게 신자들과 함께 하시기를 믿으면서 

저도 늘 기도하겠습니다.


어머니의 편지를 읽어가던 신부의 눈에 눈물이 고였는지는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전 눈시울이 흐려집니다.


기쁨

뜻깊음

눈물겨움


그런 일로 도금할 수 있는 사연들을 만난 게 언제인지요?


이 세상 살기는 얼마나 어렵고 또 가슴 따뜻한 사연은 왜 이다지 없던가요?


살아가는 일, 어디로 가며 어떻게 걸어야 하며 어디서 이 삶의 하룻밤을 머물러야 할 지를 알려주는 예화는 아닌지요?


우리는 왜 이 작은 사실을 잊고 사는지요?


우리도 작았다는 것, 우리도 어렸다는 것을 

잊고 사는지요?


이따금 배내옷을 꺼내보는 마음으로 

살 수는 없는지요? 


오스카 와일드의 옥중기에 보면 


도미네 논 섬 디그너스

(domine, non sumdignus)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여! 우리는 높은 자가 아닙니다 라는 뜻입니다.


이 땅을 사는 오늘에는 왜 그렇게높은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낮은 이가 하나도 없습니다.

다들 높다고 위라고 소리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좀 더 낮출 때

우리가 조금 더 겸손할 때 비로소 평화라든가 사랑이 거기 고여서 다가오는건 아닌지요?


예수께서 말구유에 온신 그 낮은 가르침을 주시는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에 주여 우리는 모두 낮은 자입니다 하고 말하면 안되는지요?


저는 가난한 사람입니다. 저는 힘없는 자입니다 하고 소리치는 용기가 필요한 12월입니다.


12월 축제 같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빠르지만 성탄 인사를 드립니다

Merry Christm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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