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수학용어가 어려운 이유
  • 이회두 본부장
  • 등록 2015-07-06 19:30:14
  • 수정 2017-04-21 17:44:16

기사수정
  • - 수학용어가 어려운 데에는 우리 역사의 슬픔이 배어있다.


수학용어가 어려운 데에는 우리 역사의 슬픔이 배어있다.



수포자?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수학에서 쓰는 말이 어렵기 때문에' 가 반드시 들어있다.

수학 책을 처음 접하면 무슨 말인지 모를 수밖에 없는 낱말들이 줄줄이 튀어 나온다고 대답한다.

소수小數, 소수素數, 소인수분해, 필요조건충분조건, 도함수, 극형식 등은 말할 것도 없이

기하, 함수, 구분구적분법, 미적분, 시그마, 극한, 조합, 표준편차, 신뢰구간, 유의도...귀에는 익숙하지만 도통 알아 듣기 어려운 말들이다.


하다못해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방정식이 무슨 뜻인지 쉽게 풀어 줄 수 없다면 사교육을 줄이는 것도 멀고 먼 일이다.


이렇게 수학 교과서에 어려운 낱말들이 쓰인 기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참고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수학책 이미지를 찾아 내용을 들여다보니 구구단이 한자로 적혀있다.


2단을 중심으로 6, 7단 등을 섞어 놓았다.

섞어 놓은 이유도 분명히 있을 것인데 지금은 짐작만 할 뿐이다.





사실, 조선시대를 상상해보면 당시에는 지금 우리가 배우는 수학이 그다지 필요 없었을 것이다.


구구단이니 셈법이니 하는 것들은 통치세력들이 차지하는 '정보의 독점적 점유'에 속하는 내용들인 것이고, 예나 지금이나 통치세력에 속할수록 국민이 똑똑해 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 법이니 말이다.


아무튼 열강들을 통해 밀려드는 신학문을 조선시대에 우리 글로 번역하는 일은 무척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지만 외국 책이나 외국영화를 번역하는 일은 쉽지 않은 것처럼, 제국주의 일본의 강제 점령기가 갑자기 끝나면서 시작된 혼란기에 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으리라.


전문성 있게 설명하기보다 간단한 예로 수학 책에 나오는 수체계의 번역을 살펴보자.





신식 학문식으로 수 체계를 나눌 때

real number 안에 natural number, integers, rational number, irrational number 가 있는데

뭐라고 번역하면 좋을 지 고민하였으리라.


natural number는 한개, 두개 이런 식으로 자연에 존재하는 형태이므로 자연수(自然數)로 번역하고 난 후, integers 부터는 좀 막히지 않았을까?


integers, ‘(zero)’을 설명하기 어려우니 영을 원점으로 기준을 정하면 크기가 같고 방향이 다르게 정해지는 정수(整數)라고 번역한 뒤,


real number에서는 데데킨트의 절단(切斷)의 이론과 칸토어의 무한의 농도(ALEPH)까지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 세상에 실제 존재한다는 의미로 실수(實數)로 결정.


이제 rational number, irrational number 차례이다.


합리적으로 이해되는 수,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를 의미하지만 어찌 번역해야 할까?

서로 의견을 나누었으리라.


필자가 수학강사를 하던 시절에는,

"유리수는 수직선 위에 한 점의 위치로 나타낼 수 있고,

무리수는 수직선 위에 콕 찍을 수는 없지만 존재하는 구간은 알 수 있다.​"거나


"유리수는 분모와 분자로 분리할 수 있는 수이고,

무리수는 그렇게 정의되지 않은 수이다."라고 설명해준 기억이 있는데,


예전의 그 분들도 이런 뜻을 살려 번역하신 듯하다.


有離數- 분모와 분자로 분리()할 수 있는() ()

無離數- 분모와 분자로 분리()할 수 없는() ()


당시에 애쓰신 분들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하지만 그 후 70년이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교과서, 미래에 맞춰 많이 바꿀 필요가 있다.


교과서를 바꾸는 일은 얽히고설킨 이권이 많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 계신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하게 들어보아야 한다.

하필 지금 정부 관련부처에 계신 분들도 포함해서 분야를 가리지 말고 그야말로 다방면에 계신 분들의 의견을 들어야한다.


또한 반드시 참여시켜야할 곳이 있다면 북한 교육계를 빼 놓을 수 없다.

전반적인 교류나 방향성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르지만, 정치색채가 적은 수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을 살려 용어의 교류부터 부드럽게 소통할 여지는 있다.


누가 알겠는가, 수학의 용어를 논의해보자는 작은 기울임이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는 울림으로 다가올 역사가 일어날지.


남북교류까지는 헛된 소리일망정 쉬운 교과서라는 큰 소망을 담아 수포자 없는 세상을 기대한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가을 밤 밤은 가을의 상징처럼 다가오는 열매다. 가시 돋친 송이 속에 숨어 있다가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고소하고도 은근한 단맛을 품은 알맹이가 드러난다. 구워 먹거나 삶아 먹을 때의 따뜻한 향은 오래된 풍경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한국의 밤은 특히 알이 크고 질이 좋아 ‘한국밤’이라 불린다. 충청남도 공주와 부여, 전라도 순.
  2. 김정은·김여정, 中 전승절 행사서 서방 명품 착용 포착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위해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고가의 서방 명품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4일 러시아 크렘린궁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옹할 당시 착용한 손목시계가 스위스 명품 ..
  3. 中 전승절 찾는 우원식…김정은과 마주칠 가능성 관심 우원식 국회의장이 2일 저녁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80주년 열병식(전승절)’ 행사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우 의장은 사실상 정부 대표로 전승절 행사에 자리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번 행사에 참석하면서, 양측이 텐안먼 광장 망루나 리셉션 등에서 조우할 가능성.
  4. 서천지속협, 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 포스터 139종 제작·배포 서천군지속가능발전협의회(대표 신상애) 기후생태환경분과위원회는 서천군 관내에서 서식하는 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 43종과 산새 96종을 정리한 포스터를 제작해 관내 초·중·고 32개교와 교육청, 유관기관에 배포했다.이번 포스터는 ‘우리가 지켜야 할 멸종위기, 천연기념물 43종’과 ‘늘 우리 곁에 함께하는 산새 96종’ 두 가지로, 기.
  5. 강원도 고상 대진항 강원 고성의 대진항은 바다와 산이 맞닿은 풍경이 매력적인 포구다. 석양이 물든 수평선 너머로 고기잡이 배들이 천천히 돌아오면, 부두는 금세 활기를 띤다. 항구 앞에는 방금 잡아 올린 생선을 싱싱하게 진열한 수산시장이 자리해 여행객의 발길을 붙든다. 단순히 어획물이 오가는 곳을 넘어, 바닷내음과 사람 냄새가 함께 뒤섞인 살아있..
  6. 고양시, 서북부 광역시티투어 '끞' 12월까지 운행 고양특례시는 서북부 광역시티투어 '끞'을 이달부터 12월 7일까지 하반기 운행을 한다고 4일 밝혔다.'끞'은 경기도, 고양·파주·김포시, 경기관광공사가 함께하는 지역 여행 프로그램으로 3개 시의 앞 자음을 조합해 만든 명칭이다. 경기 서북부의 문화·예술·자연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25명 이상 단체 예약 때는 ...
  7. 고양국제박람회재단, 스타필드 고양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개최 재단법인 고양국제박람회재단은 스타필드 고양과 함께 7일까지 스타필드 고양 1층 고메스트리트 앞에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행사 기간 동안 고양시 화훼 농가들은 식물을 어울리는 화분에 심고 피규어나 도자기 픽 등을 곁들여 플랜테리어 활용에 적합하도록 상품을 구성해 판매한다.이번 행사는 최근 M...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