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오늘(1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통령의 반지성주의가 대한민국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했다. 또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에 관한 '국민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재판부가 공소시효를 인정한 2010년 10월 21일 이후에도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개입 의혹은 차고 넘친다. 단순한 전주가 아니라 통정매매 등 주가조작에 직접 나선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이제라도 성역 없는 수사로 무너진 사법 정의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공소장에 김건희 여사가 200번 이상 등장하고 공판 중 300회 이상 이름이 언급되었지만, 검찰은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하지 않았고, 이에 재판부는 '실패한 시세조종'이라며 공범들 모두 집행유예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기다렸다는 듯 1심 선고가 나자마자 공범의 공소시효가 만료됐으니 김 여사 의혹도 종결됐다며 서둘러 '셀프 면죄부'를 주기에 바빴다"며 "검찰과 재판부, 대통령실이 삼위일체가 되어 김건희 구하기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소추 특권이 김 여사에게도 적용되느냐. 김 여사는 죄가 있어도 신성불가침인 것이냐"면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11조 정신을 부정해온 윤석열 검찰은 더 이상 자격이 없다"며 특검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출범 9개월을 맞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참사란 참사가 연이어지며 국민은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며 "'눈 떠보니 후진국'이 바로 지난 9개월의 총평"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복합경제위기에 안일함과 무능으로 국민의 삶을 도탄에 빠트린 '민생·경제 참사', 비속어와 실언으로 국익과 국격을 훼손한 '외교 참사', 강릉 낙탄 사고, 북한 무인기 침투 등 구멍 뚫린 '안보 참사', 끝내 159명의 소중한 생명을 희생시키고야만 '안전 참사', 여전히 사적 인연만 챙기는 불공정·몰상식의 '인사 참사'를 일일이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의 5대 참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이 같은 민생 경제와 외교, 안보 등 각 분야의 위기의 원인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며 맹비난했다.
먼저 경제 위기와 관련해선 "난방비 폭탄에도 윤석열 정부의 첫 대응은 '전 정부 탓'이었다"면서 "법인세 감면 등 초부자, 재벌 대기업 지원은 속도전을 방불케 하더니 민생과 직결된 문제는 '근본적 대책이 없다'고 말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난방비 지원과 관련해) 예고된 당정 협의까지 미루며 '야당 제안이라 받을 수 없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략적 인식이 절망스럽기만 하다"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협치, 국민 통합의 리더십은 커녕, '무능, 무지, 무책임'으로 대결의 정치와 국민 분열만 초래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박 원내대표는 안보 위기와 관련해선 북한 무인기 침범 사건을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무인기 침범 사실을 은폐하는 데만 급급했고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조차 주재하지 않았다"면서 "대신 '전쟁 불사, 확전 각오' 등 끔찍한 말 폭탄만 쏟아내며 한반도 긴장과 국민 불안만 고조시켰고 대통령의 난데없는 '핵무장' 발언을 다음 날 바로 미국이 부인하면서 또다른 외교적 참사만 빚어졌다"고 혹평했다.
대일 외교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결마저 부정하고 일본 기업이 아닌 우리 기업에 강제징용 배상 책임을 전가하는 황당한 결정을 해놓고선, 이를 해법이라 주장한다", "정작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 문제에는 제대로 항의 한번 못하며 도 넘은 친일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야당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검찰권을 사유화하고,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에 남용하면서 검찰에 의한 정치적·자의적 수사가 판을 치고, 대통령 자신과 가족만 예외가 되는 '선택적 법과 원칙'을 강요할 뿐"이라며 "'야당 유죄, 윤심 무죄'인 윤석열 검찰에서는 정의의 여신 디케의 저울은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당은 물론 같은 당 동지도 '적'으로 규정한 윤 대통령의 공포 정치가 너무나 섬뜩하다"면서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은 국민이 선출한 독립된 헌법기관이지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고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관계도 상호보완적이고 협력적이어야지, 수직적이고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꼭두각시 대표를 앉혀 공당을 쥐락펴락하겠다는 발상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대 용인될 수 없다"며 "여당을 주머니 속 공깃돌처럼 여기는 대통령의 당무 개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현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해서도 "언론을 내 편과 네 편으로 가르고 적으로 간주한 언론사엔 '국세청 세무조사, 검찰 고발, 민영화, 출연금 삭감' 등 언론 통제를 위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으며 노골적인 보복을 감행하고 있다"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쉽게 짓밟으면서, 말로만 '자유'를 외친다. 윤석열 대통령의 그 자유는 대체 누구를 위한 자유냐"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국민 전체를 바라보고 생각이 다른 국민까지 보듬어야 한다"면서 "노조도 만나고, 농민도 만나고, 장애인도 만나고, 중소 상공인도 만나야 한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직접 만나 사과하고 상처를 보듬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자신을 변화시키는 인간만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저부터 바꾸겠다'고 한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을 기억한다"면서 "이제라도 대통령 리더십을 제대로 세우기 바란다. 윤 대통령이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제자리를 찾는다면 국회도 국정 운영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한편 민생·정치 현안과 관련해서는 ▲ 국회 제2의 선진화 가속 ▲ 민생입법을 통한 경제민주화 ▲ 탈탄소·생태문명 비전 수립 ▲ 인구정책 패러다임 전환 ▲ 한반도 평화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세부 내용으로는 양곡관리법의 처리와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한국판 IRA법(인플레이션 감축법) 마련, 생활동반자제도 논의와 연대관계등록제 도입 등을 언급하며 "국민과 함께 '희망과 미래'를 살리는 정치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