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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민생토론회, '72억 벤틀리' 발언
  • 추현욱 사회2부기자
  • 등록 2024-01-11 19: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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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1.10부동산대책 안에 소형 신축빌라 등을 구입하면 주택 수에 산입하지 않겠다는 방안이 담겼다. 명백히 다주택자 만들기 프로젝트인데, 신축 빌라 등을 주택 수에 산입하지 않으면 세제 상에 엄청난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린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한 민생토론회에서 보유세 등 세금에 대해 격렬한 적의를 숨김 없이 드러내면서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의지를 공표하기도 했다. '세금이 문명의 대가'라는 기초적인 사실조차 모르는 대통령을 둔 대한민국의 앞날이 암울하다.

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은 크게 ▲도심공급확대 ▲다양한 유형의 주택공급 확대 ▲신도시 등 공공주택공급 ▲건설경기 활력 회복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발표한 대책에 워낙 충격적인 내용이 많고 세간의 이목은 온통 안전진단 없는30년 초과 주택의 재건축 추진가능에 쏠린 터라, 정작 윤 정부가 강력히 추진 중인 '다주택자만들기 프로젝트'는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윤 정부는 참으로 강력하기 그지 없는 주택구매유인책을 발표했다. 올해와 내년 2년간 신축된 빌라·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60㎡ 이하)을 구입하면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특례를 주겠다는 것이다. 대상은 수도권 6억 원, 지방 3억 원 이하 다가구·다세대주택,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이다. 아파트는 제외된다. 다만 1가구 1주택자가 소형 신축주택을 추가로 매입할 때는 양도세·종부세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다.

또한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도 세제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85㎡, 6억 원 이하 주택이 대상이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경우 소형 주택과 달리 1가구 1주택자가 구입할 때도 양도세·종부세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시민들에게 주택을 투기 목적으로 매수하라고 특혜를 주는 셈인데,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다주택자들을 위한 혹은 다주택자들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명명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당장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같은 사람은 "2주택자가 3주택을 보유해도 취득세율이 8%에서 1%로 낮아져 취득비용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신축 빌라 등을 구입하면 사실상 세금감면 혜택을 주겠다는 윤 정부의 발표는 세금을 원수 보듯 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민생 토론회'에서 "모두가 집을 소유할 순 없다.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다주택자를 '집값을 올리는 부도덕한 사람'이라고 보고 징벌적 과세를 하게 되면 결국 임차인에게 조세전가가 이뤄진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철폐해 서민들이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영국에 국빈 방문했을 때 72억원짜리 벤틀리를 타봤다. 고급 승용차를 만드는 과정에 협력업체와 일자리가 생긴다"며 "고가주택도 마찬가지다. 보유세를 과도하게 매기는 건 소유권을 부정하는 것이고, 중산층의 소득 창출에 부정적인 행위"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있는 사람에게 세금을 뜯어내야지' 하는 생각은 궁극적으로 서민과 중산층 피해로 이어진다.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많이 번 사람에게 과세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정부의 정책 타깃은 서민과 중산층이다. 약자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책이 실제로는 오히려 불합리한 게 많기 때문에 이런 규제들을 걷어내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특히 보유세에 대한 윤 대통령의 적의는 정말 가공할만한 수준이다. 그는 "어떤 물건에 대해 보유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보유세, 거래세, 양도세 등을 중과세하면 전체적으로 산업이 발전하지 않는다"며 "보유세를 막 때리고 하는 것은 사실 어떤 소유권을 부정하는 것이고, 시장경제에 아주 해롭다. 우리 경제 발전에, 또 많은 국민의 소득 창출에 정말 좋지 않은 것으로서 궁극적으로는 서민과 중산층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72억짜리 벤틀리에 자동차세 많이 부과한다고 72억짜리 벤틀리를 타는 사람들이 구매를 주저할 까닭이 없고 따라서 협력업체와 일자리는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재화와 서비스에 세금이 과하게 부과되면 공급이 위축된다는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벤틀리같은 사치재에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보유세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은 너무 처참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이 토지에 부과하는 보유세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조세 전가의 가능성이 현저히 낮고, 투기억제 효과가 있으며, 자원배분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자산양극화를 보정하는 등의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윤 대통령이 입만 열면 상찬하는 시장절대주의자 밀턴 프리드먼조차 보유세를 "가장 덜 나쁜 세금"이라고 했겠는가? 밀턴 프리드먼은 윤 대통령 이상으로 세금을 증오한 사람인데 이 자가 보유세를 "가장 덜 나쁜 세금"이라고 평가한 이유가 무언지 윤 대통령이 찾아 볼 일이다.
 
보유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들은 문명의 대가일 뿐 아니라 시장경제와 소유권을 보장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세금이 있어야 정부와 법률과 공권력이 존재할 수 있고, 정부와 법률과 공권력이 있어야 시장경제와 소유권도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원수 보듯 하는 보유세, 취득세, 양도세를 지금 보다 대폭 감세하면 투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대한민국의 주택들은 죄다 다주택자들의 수중에 들어갈 것이며, 무주택자들은 다주택자들의 임대노예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윤 대통령은 무주택자가 임대주택에 사는 걸 무슨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데, 가당치 않다. 미친 집값이 소득 수준에 걸맞게 떨어지면 내집 마련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는 가득하다.


보유세를 원수보듯 하는 윤 대통령의 뜻대로 이미 종합부동산세는 큰 타격을 입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1월 말 발표한 '2023년도 종합부동산세 고지 관련 주요 내용'에 따르면 주택분 종부세 고지인원은 41만 2000명(개인 35만 2000명, 법인 약 6만 명)이다. 지난해 119만 5000명에서 1년 새 3분의 1로 격감했다. 종부세가 도입된 2005년 이래 최대 감소 폭이다. 납부예정액은 작년보다 1조 8000억 원 줄어든 1조 5000억 원으로, 2020년과 엇비슷해졌다.

한편 법인의 주택분 종부세 과세인원은 5만 6000명에서 6만 명으로, 세액은 700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토지분까지 포함한 전체 종부세 과세인원은 지난해 128만 3000명에서 올해 49만 9000명, 전제 종부세 세액은 같은 기간 6조 7000억 원에서 4조 7000억 원으로 각각 줄었다. 

주택분 종부세 납부대상과 납부예정액이 아찔할 정도로 감소한 건 세법 개정으로 종부세율이 하향 조정된 데다, 기본공제 금액이 높아지고 전국 주택의 공시가격은 하락한 탓이 압도적으로 크다. 지난 2021년 95%까지 올랐던 주택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지난해와 같은 60%로 유지됐다.

이쯤되면 윤석열 정부를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호민관이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다. 윤석열 정부 이전에 있었던 이명박 정부도 노무현 정부가 피땀 흘려 이룬 종부세 탑을 무너뜨린 바 있었는데, 윤 정부는 이명박 정부를 가볍게 능가하는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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