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수사에 협조하겠다"며 공수처에 제출한 휴대폰이 '채 상병 사건' 이후 처음 쓰기 시작한 새 휴대전화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난 11일 MBC 뉴스데스크가 단독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출국금지 대상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전격 임명하면서, 대통령이 수사외압 혐의를 받고 있는 당사자를 해외로 도피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신속히 출국금지를 해제한 법무부의 도움을 받아, 이 대사가 지난 10일 야당과 언론의 눈을 피해 호주로 황급히 출국했기 때문이다.
주호주대사 임명을 계기로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혐의와 관련하여 대통령과 전 국방부 장관의 공모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피의자 신분인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 전화를 받았던 작년 7월 31일 이후 교체한 휴대폰을 공수처에 제출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 사안은 4월 총선을 뒤흔들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종섭 주호주대사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특검을 추진하며 정부·여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이 대사에 대한 특검 임명 법률안을 당론으로 발의해 국회 의안과에 접수했다. 앞서 홍익표 원내대표는 11일 민주당 최고위에서 "사실상 국가기관이 공권력을 동원해서 핵심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킨 초유의 사태"라며 "이러한 대통령의 행태는 우리 헌정사상 그리고 외교 역사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명백한 수사 방해이자 직권남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쯤 되면 언론이 나서야 한다고 본다. 정론지라면 마땅히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피의자가 채 상병 사건 당시 쓰던 휴대폰이 아닌 새 기기를 제출했다.
증거인멸 우려는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 해당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어야 한다. 한 위원장은 이른바 '틱톡 화법'으로 거의 매일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을 비판해왔고, 전직 법무부 장관으로서 틈만 나면 '국민의 법 감정'을 중시해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주요 언론사는 MBC의 11일 보도를 인용하거나 관련 취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작년 6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돈 봉투 수수 의혹 수사를 앞두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기존 휴대폰을 폐기하고 '깡통폰'을 제출했다"고 앞다투어 보도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일부러 침묵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40%대 초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1일 발표됐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8일 전국 18세 이상 2천5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1.9%포인트), 윤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40.2%로 나타났다.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1천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국민의힘이 41.9%, 더불어민주당이 43.1%로 조사됐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언론은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다. 여야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균형 있게 보도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게 언론의 사명이다. 언론은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채 상병 사건 핵심 피의자가 공수처에 '깡통 휴대폰'을 제출한 채 호주로 도피한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법무부 장관 등에게 구속영장 청구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물어야 한다.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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