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라노 디자인위크 2024`의 주방가전 전시인 `유로쿠치나`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관에 설치된 오븐세계 최대 디자인‧가구 박람회인 ‘밀라노 디자인위크 2024’에서 AI의 향연이 펼쳐졌다.
올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막한 이 박람회(62회)는 2300여 개 업체가 참여하고 37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는 행사다. 올해 눈여겨볼 전시회는 2년마다 열리는 주방 가전‧가구 전시회인 유로쿠치나다. 보쉬‧지멘스‧스메그‧밀레‧월풀 등 세계적인 가전 업체들이 대거 참여한 이번 전시회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를 적용한 빌트인 주방 가전을 대거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보쉬에 이어 중 두 번째로 큰 전시관(964㎡)을 마련해 가전 기기들을 연결하고 AI로 제어하는 ‘스마트싱스’를 강조했다. 냉장고 문에 32인치 디스플레이가 설치된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는 식재료를 스스로 관리했다. 냉장고 안에 양파를 넣으니 3초 만에 ‘식재료 리스트’에 양파를 추가하고 관련 요리를 추천했다. 오븐에 포크를 넣어보니 식재료가 아니라고 인식했다. 정지은 삼성전자 생활가전(DA)사업부 상무는 “냉장고·오븐 내부에 부착된 카메라로 식재료가 들고나는 순간을 인식해 관리하는 ‘AI 비전 인사이드’ 기능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AI 기능을 강화한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로 전시관을 꾸몄다. 직사각형 모양의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프리존 인덕션’은 화구 위치에 제한이 없었다. 원하는 곳에 냄비를 올리면 알아서 감지하고 냄비 크기만큼 열을 발생했다. AI가 냄비 속 음식의 끓는 정도를 파악해 물이나 소스가 넘치지 않게 제어하는 ‘끓음 알람’이 적용됐다.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다운드래프트 후드’는 평소엔 조리대에 매립돼 있다가 조리가 시작되면 위로 올라와 연기‧냄새를 흡수했다.
독일 지멘스도 AI가 최적의 요리 방식을 골라주는 오븐 시리즈인 iQ700을 공개했다. 손잡이가 없는 밀레의 ‘아트라인’ 오븐은 손으로 두 번 똑똑 두드리니 문이 열렸다. 독일 보쉬가 내놓은 오븐 ‘시리즈 8’에선 아마존의 음성비서 AI 알렉사를 불러 원하는 요리 형태를 선택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빌트인 가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새 활로를 찾기 위해서다. 일반 가전 시장은 포화상태인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보복 소비’,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여파로 가전 교체 수요가 크게 줄었다. 중국의 빠른 추격도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간 604억 달러(83조5300억원, 2022년 기준) 규모의 빌트인 가전 시장은 탐나는 먹거리다. 특히 유럽은 전체 빌트인 시장의 40%를 차지한다.
가구와 어우러져야 하는 빌트인 가전은 일반 가전보다 단가가 높아 가전 시장에선 프리미엄 영역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전부터 이 시장을 노렸지만, 밀레·가게나우·라코르뉴 등 전통의 강자가 많아 고전해왔다. 가전의 기능 뿐 아니라 가구 같은 인테리어 효과를 원하는 유럽의 특성도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2018년 유럽 빌트인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유럽 명품 가구업체인 발쿠치네·시크·지메틱·불탑 등과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도 2005년 설립한 밀라노 디자인연구소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도자기 브랜드인 무티나, 목재 브랜드인 알피 등과 함께 디자인 연구하고 있다. 권해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 파트장은 “난공불락 어려운 시장이지만, 그간 쌓은 유럽 감성의 디자인과 경쟁사 대비 우위인 AI를 적용한 사용성을 강조한다면 ‘해볼 만하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에너지 절감 기술도 국내 업체의 무기다. 삼성전자 빌트인 가전에 ‘AI 절약 모드’를 설정하면 전기 사용량(사용료)이 많은 시간대를 피해서 세탁기를 돌릴 수 있다. LG전자도 냉장고 문을 열 거나 닫을 때 냉각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 등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기술을 선보였다.
류재철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본부장(사장)은 “빌트인 가전 사업에 준비된 플레이어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며 “3년 안에 빌트인 사업 매출을 현재의 두배 수준인 1조 원대로 올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만큼 많은 제품을 만드는 곳이 없고 스마트폰까지 있으므로, 이들 제품의 커넥티비티(연결성)를 잘 살리면 애플도 겨뤄볼 만하다”며 “올 하반기엔 가전 사업부가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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