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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강남 한복판도 찔렸다 최명호
  • 기사등록 2016-05-23 14: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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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새벽 1시경 서울 서초구의 한 번화가 2층 화장실 내에서 직장인 A(23·)가 일면식 없는 김모씨(34·)가 휘두른 칼에 찔려 살해당했다.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강남 한복판의 치안이 뚫린 사실에 묻지마 범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5월 세계적 리서치 회사 NUMBEO(넘베오) 조사 결과, 117개국 중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한국이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오후 10시 늦은 시간이었지만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묻지마 살인으로 희생당한 20대 여성을 추모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강남역 10번 출구 앞은 퇴근하는 길에 들렀거나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업무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추모 현장 가까이 오는 직장인들의 입에선 쉼 없이 한숨이 나왔다. 출구 한쪽 벽면은 피해자를 애도하는 글을 담은 포스트 잇과 하얀 국화들로 빈 틈 없이 메워져 있었다.



포스트잇에 적힌것은 23살의 피해 여성의 꽃다운 청춘을 안타까워하는 글부터 여성 혐오에 대해 비판하는 글까지 다양했다.

 
사건 후 강남 일대는?
 
 






 
 
사건 현장인 S노래방 앞은 적막이 흘렀다. 사진을 찍으려 하자 노래방 입구를 지키고 있던 건장한 두 남성이 제지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노래방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매출이 말이 아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사장님이 쓰러지셨다. 영업을 해야 하니 노출에 민감한 게 사실이라며 말 잇기를 조심스러워했다. 이어 묻지마 범죄라고 들었다. 정신병이 있다는데, 정말 저희 가게 운 나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게 안을 들여다보자 피해 여성의 남자친구가 붙잡고 오열했던 계단 손잡이는 비닐로 감싸인 채 노란 테이프로 칭칭 감겨 있어 사건 현장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영업은 하고 있냐는 질문에 그는 사건 후에도 24시간 죽 영업은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늘 마이크 소리가 새어나오던 노래방은 조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김 씨는 자신이 일하던 역삼동에 위치한 모 식당에서 가져온 식칼로 A양의 좌측 흉부와 어깨를 약 6차례 찔러 살해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전날 식당에서 30cm 길이의 주방식칼을 몰래 가지고 나왔고, 번화가 화장실을 범행 장소로 정한 뒤, 화장실에 미리 숨어 있다가 들어오는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평소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 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살인사건은 여성 혐오 논란으로 번졌다.
 
숭실대 인권네트워크 사람들운영위원장인 차상우(22·)씨는 이 사건이 정신분열자가 저지른 묻지마 살인이 아닌 계획적 범죄라고 생각한다“1시간을 기다리고 여성을 노린 만큼 여성 혐오 범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남성 전체의 잘못으로 매도한다며 여성 혐오는 성급한 일반화며 일종의 이분법적 사고라고 반박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9피의자가 심각한 수준의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만큼 이번 범행의 동기가 여성 혐오 살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강남역 묻지마 살인이 여성 혐오 범행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실제로 김 씨는 2008년부터 정신분열증으로 4차례나 입원했고 올 1월 초 퇴원한 뒤 가출하면서 약을 제대로 먹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은 강남역답게 관광을 오거나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상당수 10번 출구 주변을 배회했다. 하지만 대부분 놀란 눈을 하며 어리둥절해 했다. 8개월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국에 왔다는 외국인 2명은 살인 사건이 일어난 줄 몰랐다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냐? 총기 소지도 할 수 없고 한국은 치안이 굉장히 좋은 줄 알았는데 의외라고 말했다.
 
그런데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치안이 가장 잘 돼 있는 나라로 평가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통계를 비교해 보여주는 신뢰도 있는 사이트 ‘NUMBEO (넘베오)’5월 통계를 낸 자료에 따르면 총 117개국 중 우리나라 치안이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넘베오는 범죄 수치를 매긴 범죄지수 (Crime Index)20점 미만이면 안전한 수준, 80점 미만이면 범죄율이 높은 편에 속하고 80점 이상이면 위험한 수준으로 분류했다.
 
한국의 범죄지수는 14.31였다. 각각 2,3위를 차지한 싱가폴과 일본도 15.81, 19.34 등 범죄지수가 낮았다.
 
하지만 평가 기준 중 특이한 점이 보였다. 모든 설문에서 매우 낮음을 보이던 통계치가 최근 3년간 증가한 범죄(Crime increasing in the past 3 years) 비율에서 한국 34.83, 싱가폴 53.32, 일본 42.59낮은편·보통으로 높게 나타났다. 더불어 모욕받을 우려(Worries being insulted) 설문에서는 한국이 유독 타 국가에 비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은 19.96으로 2위인 싱가폴 18.565위인 타이완 18.12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와 스트레스에 취약한 이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사회 구조에 묻지마범죄를 증가시키는 근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대검찰청은 최근 3(2012 ~2014) 간 발생한 묻지마 범죄163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우발적 범죄가 해마다 더 늘고 있다는 것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가 심각한 이유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추정할 수 없어 예방관리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부의 불균형과 경쟁 심화로 인한 정신적 압박이나 고통을 해소하기 어려워진 현실이 범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은 집단에 소속돼 서로 비교하는 문화가 있어 더 극심한 것 같다. 사회에서 소외된 그들의 스트레스를 제대로 다뤄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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