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칼럼] 검찰개혁, 길을 잃다...정성호의 ‘현실론’과 임은정·민주당의 ‘이상론’ 충돌
  • 서민철 사회1부장
  • 등록 2025-08-30 10:38:48
  • 수정 2025-08-30 11:07:08

기사수정

검찰개혁의 핵심 쟁점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둘러싸고 정성호 법무장관과 임은정 검사를 위시한 더불어민주당의 강경 개혁파 사이에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MBC 유튜브 영상(http://youtu.be/9n6LZbeAv44) 이러한 갈등의 골을 명확히 보여준다. 정 장관이 수사 역량 유지와 권력 남용 방지를 위한 신중론을 펴는 반면, 민주당과 임 검사는 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이상론에 매몰되어 정작 개혁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영상 속에서 임은정 검사는 과거 자신의 입장을 뒤집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검찰에 조금이라도 보완 수사권이 남는다면 과거의 권력 남용이 되풀이될 것이라며, 수사-기소의 완전 분리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역설한다. 이는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배치하려는 민주당 검찰개혁위의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민주당 역시 추석 전 수사·기소권의 완전 분리를 약속하며, 정 장관의 신중론을 개혁 의지 후퇴내지는 월권으로 치부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그러나 정성호 장관의 우려는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법무행정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에 가깝다. 정 장관은 중수청이 행안부 산하로 갈 경우 1차 수사기관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검찰의 보완 수사권 유지와 수사 지휘권 부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수사 역량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를 견제할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현실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후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수사 역량을 유지하고 권력 남용을 막을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한발 물러선 것 역시, 개혁의 큰 뜻에는 동의하지만 속도와 방식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문제는 민주당과 임 검사가 이러한 현실적 우려를 개혁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검찰 조직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바탕으로 검찰의 힘 빼기자체를 개혁의 목표로 삼고 있는 듯하다. 이 과정에서 중수청이 행안부 산하로 넘어가 공룡 경찰의 탄생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그리고 사법 시스템 전체의 수사 역량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철저히 외면되고 있다.


결국 현재의 검찰개혁 논의는 누가 칼자루를 쥘 것인가라는 권력 투쟁의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특정 집단의 권한을 빼앗아 다른 집단에 넘겨주는 권력의 이양이 아니라,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시스템의 개혁이었다.


정성호 장관의 고뇌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반면. 민주당과 임은정 검사는 자신들의 절대선을 관철하기 위해 현실을 무시한 채 폭주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이라도 이상론의 구름에서 내려와 정 장관의 현실적 우려에 귀를 기울이고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의 미래를 위한 가장 합리적인 길을 찾는 숙고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제천고 총동문 한마음 축제…79년 전통 잇는 ‘자부심의 장’ 충북 제천고등학교가 개교 79주년을 맞아 18일 오전 9시부터 제천중학교 교정에서 ‘총동문회 한마음 축제’를 열었다. 본교가 개축 공사 중인 관계로 올해 행사는 제천중학교에서 진행됐다.행사장에는 엄태영 국회의원(제천고 25회), 김창규 제천시장, 이상천 전 제천시장, 전원표 제천·단양 민주당 지역위원장, 이찬구 제천발전...
  2. 의왕시 사근행궁, 의로운 왕의 도시가 잊지 말아야 할 자리 [뉴스21 통신=홍판곤 ]정조는 '의로운 왕(義王)'이었다. 그는 백성을 사랑했고, 아버지를 그리워했으며, 무너진 나라의 기강을 세우려 했다. 사근행궁에 들렀을 때마다 마음속에 품었던 건 단 하나였다."아버지를 배알하고, 백성을 돌보는 그 길이 곧 임금의 도리다."그 길 위에 오늘의 의왕(義王)이 있다. 그러나 지금, 그 이름의 ...
  3. 강동구 어르신을 위한 문화복지를 펼치다 지난 10월 16일(목) 오전11시에 서울 시립강동실버케어센터에서는 어르신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강동융복합복지네트워크(회장 김근희)가 주관하는 찾아가는 공연 [신나는 참여 뮤지컬] ‘심학규와 뺑덕이’ (구성/연출 장귀복)로 약 60여명의 어르신들과 관계자 20여명이 웃고 울며 박수와 환호 속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
  4. 운정5·6동 행정복지센터 착공 김경일 파주시장(왼쪽 여덟번째)이 지난 15일 운정5동 행정복지센터 착공식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파주시파주시는 지난 15일 운정5동과 운정6동에 새로운 행정복지센터 건립을 위한 착공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건립 공사에 들어간다고 16일 밝혔다.운정5동 행정복지센터는 사업비 262억원을 투입해 2027년...
  5. 제천시, 초고압 송전선로 ‘1년 전부터 인지’하고도 침묵… 충북 제천시가 초고압 송전선로(345kV 신 평창–신 원주) 건설사업이 지역을 통과할 가능성을 지난해 11월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하지만 시는 이 사실을 시민에게 단 한 차례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아 ‘행정의 무책임’과 ‘정보 은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11월 제천시를 포함한 해당 구...
  6. 중구 어르신 가족사진 무료 촬영봉사 활동 [뉴스21 통신=최병호 ]중구자율방범연합대(대장 이종혁)는 지역사회의 따뜻한 나눔 실천과 어르신 공경 문화 확산을 위해 2025년 10월 18일(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중구자율방범연합대 사무실에서 ‘중구 어르신 가족사진 무료 촬영봉사’ 행사를 진행하였다. 이번 봉사는 중구에 거주하는 어르신 20가족을 대상으로 무료 가족사...
  7. 영남지역 대형산불 피해지 신속하고 완성도 높은 복구방안 논의 영남지역 대형산불 피해지 신속하고 완성도 높은 복구방안 논의- 산불피해 복원·복구 추진단 3차 추진 상황 점검 회의 개최 -산림청(청장 김인호)은 정부대전청사에서 지난 3월 발생한 영남권(경북·경남·울산·대구) 대형산불 피해지에 대한 체계적이고 조속한 복구를 위해 산불피해 복원·복구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