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지난해 11월 말, 세 명의 한국 청년이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고 캄보디아 시아누크빌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일자리가 아닌 ‘로맨스스캠(연애빙자사기)’ 조직이었다.
이들은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중국인 총책이 지휘하는 조직의 통제 아래 들어갔다. 조직은 관리책, 유인책, 모집책, 인출책 등 역할을 세분화해 범죄를 체계적으로 수행했다. 청년 3명은 ‘유인책’으로 배정돼 피해자에게 접근해 여성인 척 대화를 나누며 신뢰를 쌓고, 허위 사이트 가입을 유도한 뒤 금전을 빼앗았다.
범행은 철저히 구조화돼 있었다. 조직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근무하며, 지각이나 실적 부진 시 벌금을 냈다.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됐고, 외출 시 관리자와 경비원에게 사진 인증을 받아야 했다. 탈퇴하려면 1만~2만 달러의 벌금을 내야 했으며, 떠난 직원의 벌금이 남은 조직원에게 전가되기도 했다.
이들은 3개월 동안 피해자 11명에게 145차례에 걸쳐 약 5억6천만 원을 뜯어냈다. 그러나 재판에서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 “강요당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산지법 형사17단독 목명균 부장판사는 이들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하며 “피해 규모가 크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조직은 캄보디아뿐 아니라 라오스, 미얀마 등지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사무실은 CCTV 감시와 중국인 관리자 통제하에 운영됐으며, 일부는 폭행과 감금이 동반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까지 총 83명의 공범을 특정했고, 이 중 54명이 검거됐다. 그러나 여전히 현지에 남은 미검거자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캄보디아 당국은 일부 한국인 피의자 송환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 수사 공조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 고수익 알바’나 ‘투자 모집’ 형태로 위장된 인신매매형 범죄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외교부와 경찰은 인터폴과 협력해 미검거자에 대한 적색수배를 유지하는 한편, 국내 피해자 지원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