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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프랜차이즈의 ‘규모의 파도’, 동네 카페를 집어삼키다
  • 문제현
  • 등록 2025-10-30 13:15:40
  • 수정 2025-10-30 13: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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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가 공세와 상권 포화가 만든 ‘권리금 증발’의 악순환… 인천 작전동 ‘미스터브리즈’의 7년, 그리고 그 후
한때 “프랜차이즈가 답”이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저가 커피의 파상공세와 상권 포화는 지역 상권의 생태계를 바꾸어 놓았다. 기자는 2012년부터 7년간 인천 작전동에서 ‘미스터브리즈’라는 카페를 운영했다. 그는 다행히 권리금을 받고 매각했지만, 후임 사장은 1년 만에 폐업했다. 현장의 체감과 데이터가 만나는 지점에서, 대형 프랜차이즈가 지역 시장경제에 미친 영향을 짚었다.

[뉴스21 통신=문제현]

“인천 작전동 ‘미스터브리즈’ 내부. 메뉴판·좌석 간격·조도로 ‘머무는 경험’을 설계했다.”로컬 카페 미스터브리즈의 매장 전경과 메뉴보드

“규모의 경제”가 가격을 지배할 때


저가형 대형 프랜차이즈(이디야·빽다방 등)의 급증은 단가·원두·물류·마케팅 전반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소비자가격을 끌어내리는 순간, 동네 카페의 ‘차별화 비용’은 고스란히 점주의 부담이 됐다. 결과는 단순하다. 가격 선택지가 사실상 봉쇄되고, 품질·공간 경험으로 승부하려는 가게들의 손익분기점은 멀어진다.


 ‘본사-가맹점’ 수익구조의 비대칭

본사는 로열티·물류 매출로 현금흐름을 확보하지만, 점주는 임대료·인건비·감가상각을 떠안는다. 상권이 포화되면 본사는 출점 속도를 조절할 이유가 적고, 경쟁 심화의 비용을 점주가 대납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권리금은 이때 가장 먼저 흔들린다. 


권리금의 증발과 빠른 폐업

기자는 매각 당시 “권리금이 있는 가게”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 같은 동선이라도, 주변에 저가 프랜차이즈가 다수 입점하면 매출 상한이 낮아지고, 후임자의 권리금 회수는 어려워진다. 결국 기자가 떠난 뒤 후임 사장은 1년 만에 폐업했다. 권리금이 ‘미래의 기대수익’이라면, 프랜차이즈 포화는 그 기대 자체를 무너뜨린 셈이다.


“품질의 문제는 아니었다” — 운영 디테일의 기록

‘미스터브리즈’는 원두 그라인딩·탬핑·추출 압력 관리까지 루틴화했다. 바 테이블 동선·바닥 마감, 좌석 간격과 조도(照度)까지 조정했다. 문제는 품질이 아니라, 같은 상권 안에서 소비자의 가격 레퍼런스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4,000원짜리 아메리카노가 2,000원대와 매일 비교되는 순간, ‘공 들인 한 잔’의 의미는 영업이익표에서 증발한다.


“원두 그라인더·탬퍼·포터필터. 분쇄도와 탬핑 압력은 매일 표준화했다.” 

“추출 직후의 아이스 에스프레소. ‘한 잔의 완성’을 지키는 데 비용이 든다.”
“원두 분쇄도와 탬핑 압력 하나까지 매뉴얼로 굳혔습니다. 문제는 품질이 아니었습니다. 가격의 기준이 바뀌었고, 상권의 공기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 인천 작전동 ‘미스터브리즈’ 전 점주 문제현 본지 기자.




지역 시장경제에 남긴 상흔


  • • 임대료 경직성:
    매출이 줄어도 임대료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경기가 식고 손님이 줄어도 건물주는 기존 임대료를 고수한다. 결국 상인의 손익은 줄고, 상권 전체의 순환도 함께 막힌다. ‘장사는 안 되는데 월세는 그대로’라는 말이 더 이상 하소연이 아니다.

    • 고용의 축소:
    포화 국면에서 가장 먼저 줄어드는 건 파트타임 인력이다. 매출이 불안정해지면 사장은 인건비부터 줄인다. 이렇게 줄어든 일자리는 다시 지역의 소비 여력을 떨어뜨리고, 골목경제는 악순환에 빠진다.

    • 브랜드의 획일화:
    동네마다 ‘똑같은 간판’이 늘어날수록 지역성은 희미해진다. 한때 ‘로컬의 맛’이 있던 거리에 전국 체인점이 들어서면 사람들은 더 이상 그 동네를 찾아올 이유를 잃는다. 상권은 살아있지만 정체성과 개성은 사라진다. 결국 지역의 풍경은 남고, 그 지역만의 이야기는 지워진다.



정책·제도 제안


• 상권 영향평가의 고도화:
대형 프랜차이즈가 단기간에 다점포를 출점할 경우, 인근 소상공인의 폐업률과 임대료 추세를 반영한 사전 평가가 의무화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상권 평가는 매출만을 기준으로 해왔지만, 실제 현장은 ‘누가 살아남았는가’가 더 중요한 지표다. 지역의 생태를 지키기 위해서는 숫자 너머의 영향을 제도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 권리금 보호의 실효성 강화:
임대차 갱신이나 양도 과정에서 점주가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법은 있지만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권리금 산정 기준과 배상액을 현실화해, 장사를 지탱해온 사람의 노동과 시간을 보호해야 한다. 생계의 마지막 보루가 ‘종이 위 권리’로만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로컬 브랜드 인큐베이팅:
지역 단위의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혼자 버티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구 단위로 로스팅, 공동 물류, 교육을 지원하는 ‘공유 로스팅랩’ 같은 인큐베이팅 모델을 도입하면 지역의 커피 브랜드와 소상공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자생력을 기르는 장치다.



생존을 위한 체크리스트


이제 막 시작할 예비 점주들, 그리고 커피 한 잔에 인생을 걸 예비 바리스타에게 전한다. 장사는 낭만이 아니라 구조의 싸움이다. 버티려면 숫자를 이해하고, 숫자 안에서 숨 쉴 공간을 남겨야 한다.


• 가격 대응:
원두값과 물가가 오르는 시대엔 ‘메뉴 믹스’가 답이다. 마진이 높은 시그니처 음료나 디저트 비중을 3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인기 메뉴가 아니라, 남는 메뉴가 가게를 지탱한다.


•  회전율:
좌석은 인테리어가 아니라 수익의 단위다. 피크타임 2시간 내 좌석 회전율 1.7배를 목표로, 주 단위로 점검하라. 테이블 하나의 체류시간을 줄이는 것이 매출을 늘리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  고정비 가드레일:
임대료는 매출의 10~12%, 인건비는 25%를 넘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 비율을 넘는 순간부터, 장사는 수익이 아니라 버티기가 된다. 고정비는 변하지 않지만, 매출은 언제든 흔들린다.


•  회원·동네성:
대형 프랜차이즈는 광고로 고객을 부르지만, 로컬은 생활동선이 답이다. 도보 5~10분 생활권 안에서 구독형 혜택을 제공해 단골을 고정하라. 커피 맛보다 ‘익숙한 얼굴’이 재방문을 만든다.


•  퇴로 설계:
개점의 설렘 속에서도 퇴로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권리금 회수 시나리오, 집기 처분가, 양도 조건을 미리 명문화해두라. 준비된 퇴장은 실패가 아니라 생존의 다른 이름이다.


덧붙이는 글

대형 프랜차이즈의 저가 공세는 지역 카페의 가격 기준을 바꾸고, 권리금·고용·지역성을 동시에 갉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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