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국민배우 안성기 별세 항년 74…
  • 추현욱
  • 등록 2026-01-05 11:27:12

기사수정
  • 2019년 혈액암 진단…이듬해 완치 후 재발

사진=네이버 db 갈무리 


[뉴스21 통신=추현욱 ] 국민배우 안성기(74)가 5일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 1230일 심정지 상태로 순천향대학교병원으로 후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 받다가 입원 엿새만인 이날 오전 9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안성기는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이듬해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암이 재발해 계속 치료해왔다. 2023년까지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는 건 물론 각종 외부 활동을 하며 후배 배우들을 통해 근황을 알리기도 했다.


이듬해부터 병세가 급격히 악화해 투병에 전념했다. 영화 '칠수와 만수'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라디오스타' 등에서 함께하며 영혼의 파트너로 불린 배우 박중훈은 지난해 방송 등에 나와 "안성기 선배 건강이 매우 안 좋다"고 했었다. 

안성기는 생전 완벽에 가까운 자기관리로 60대 중반에 액션영화 주연을 맡으며 왕성히 활동했으나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했다.

장례는 신영균문화예술재단과 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명예장례위원장은 신영균·배창호 감독이, 이갑성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신언식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직무대행, 양윤호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4명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는다. 같은 소속사인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 등이 운구를 맡을 예정이다.

1952년생인 국민배우는 운명으로 영화를 살았다. 다섯살이던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해 70년 간 영화배우로 산 그는 생전 자신의 영화 인생을 되돌아보며 "부모님 뜻도 아니었고 내 뜻도 아니었다. 그냥 운명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안성기는 마지막 작품인 '노량:죽음의 바다'(2023)까지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영화에 투신한 말 그대로 영화인이었다.

안성기 배우 인생은 크게 세 개 시기로 구분된다. 데뷔 후 1968년 '젊은 느티나무'까지 아역배우 시절이 1기, 학업 및 군대를 마치고 무역회사 직원으로 일하다가 다시 영화계로 돌아와 '바람불어 좋은 날'(1980)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81) '고래사냥'(1984) '칠수와 만수'(1988) '태백산맥'(1994) 등 주로 사회파 영화에 출연한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가 2기, '투갑스'(1993)를 시작으로 '실미도'(2003) '라디오스타'(2006) 등 주류 상업영화에서 활약한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가 3기다.

안성기는 상업영화·독립영화·주류영화·비주류영화·리얼리즘영화·판타지영화·액션영화·로맨스영화·코미디영화를 가리지 않았고, 거지·승려·군인·형사·킬러·대통령·형·아버지·남편을 아울렀다.

그는 "어떠한 작품이든 진정성과 완성도가 있으면 가리지 않고 출연한다"고 했다. 이처럼 각기 다른 장르에서 수많은 캐릭터를 맡으면서도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에 걸쳐 각 시기마다 모두 주연상을 받아내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한국영화 상징으로 불렸다. 대종상·백상예술대상·청룡영화상·영평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그가 거머쥔 트로피만 40개가 넘는다.

안성기는 대한민국 최고 감독들의 페르소나이기도 했다. 그는 임권택·배창호·이장호·이두용·정지영·이준익·강우석·이명세 등과 함께 작업하며 한국영화 변곡점마다 자리했다. '바람불어 좋은 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성장시대 한국 사회 그림자를 담아내며 한국영화 사회비판리얼리즘을 대표했다. '고래 사냥'은 억압적인 시대에 대한 반항의 상징과도 같은 청춘영화였다.

'투캅스'는 한국형 형사버디물의 출발점이자 블랙 코미디 영화의 전성기를 열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한국영화의 스타일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도 했다. 2003년 '실미도'는 1000만 관객 문을 열어젖힌 한국영화 흥행의 기념비였다.

나서길 싫어하고 주목 받기 꺼리는 성격이었으나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서는 언제든 앞장 섰다. 2000년부터 스크린 쿼터 수호천사단 단장을 맡고, 2006년에는 스크린쿼터 비상대핵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는 등 한국 영화계에 주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힘을 보탰다.

영화를 운명으로 살았다면, 삶은 노력으로 살았다. 아역 때부터 70년, 성인 연기자로 40년 이상 활동하면서도 구설 하나 없는 자기관리는 후배 배우들의 귀감이었다. 그는 생전 "이 길로 들어서면서 배우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존중 받고, 동경했으면 했다.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특별한 자기관리 덕에 안성기는 60대 중반이었던 2016년 액션영화 '사냥' 주연을 맡아 여전한 근육질 몸매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때 그는 "더 어려운 액션연기도 할 자신이 있다. 피가 끓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얻게 된 국민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해 안성기는 이렇게 얘기했다. "전 국민배우가 맞는 것 같아요. 왜냐면 전 팬클럽도, 극성 팬도 없어요. 전국민이 팬이라고 생각해요. 미소로 인사하면서 지나가는 분들, 그 분들이 제 팬이죠. 참 고맙습니다. 확 타오르는 건 없지만 은은한 온기를 보내주시죠."

작은 스캔들 하나 없는 바른 삶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배우들의 이미지가 그렇게 되기를 바랐어요. 의도적으로 그렇게 산 측면도 있습니다. 노력했어요. 또 제 성격 자체가 그런 측면도 있었을 겁니다. 안 그랬다면 피곤해서 살겠어요? 그 타이틀에서 굳이 벗어나야 할 이유는 없죠. 배우로 연기로 잘 살면 되는 겁니다."

2017년 데뷔 60주년 특별전이 열렸을 때 기자회견에 나온 그는 "오래 연기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나이 먹었어도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다. 관객들에게 노쇠함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후배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오래 하고 싶은 이유는 후배들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계에 또래가 남아있지 않아 어떤 때는 굉장히 외롭다. 그래도 후배들의 정년을 늘리는 역할을 내가 해야 한다." 그러나 안성기는 2년 후 혈액암 진단을 받고 더 이상 예전처럼 활동하지 못했다.

투병 이후에도 영화 6편을 더 내놨지만 2019년에 나온 '사자'가 사실상 우리가 알던 안성기의 모습을 보여준 마지막 작품이었다. 그는 독특한 장르물인 '사자'에서 구마 사제 역을 맡은 이유에 대해 "어린 친구들은 이제 나를 잘 모른다. 나이 든 사람한테 관심을 잘 주지도 않을 테니. 이 작품을 통해 아직도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이며, 발인은 오는 9일 오전 6시다. 장지는 양평별그리다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주민 합의 빠진 공익사업 추진… 송학면 사태, 제천시 관리·감독 부실 도마 충북 제천시 송학면에서 추진된 공익사업과 보조금 집행을 둘러싸고 절차상 논란이 잇따르면서 지역 사회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의 적정성과 행정의 관리·감독 책임을 두고 “공공의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20일 송학면 이장협의회와 주민들에 따르면, 송학면의 한 이장은 지난해 농업...
  2. 【기자수첩】 선거가 오면 나타나는 사람들, 끝나면 사라지는 정치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도시의 공기는 아직 조용하지만, 정치인들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SNS가 먼저 반응한다.현장 사진, 회의 사진, 시민과 악수하는 장면이 연달아 올라온다. 마치 그동안 도시 한가운데서 살고 있었던 것처럼.하지만 시민들은 기억한다. 그 사진 속 인물들이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3. [속보] 청와대, 신임 정무수석에 "홍익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속보] 청와대, 신임 정무수석에 "홍익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4. ‘나흘째 단식’ 장동혁 “당원들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 [뉴스21 통신=추현욱 ] 나흘째 국회에서 단식 농성 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없었다면 더욱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장 대표는 “대한민국은 권력자의 힘에 좌우되는 나라가 아니라, 정의가 강 같이 흐르는 나라여야 한다”며 “자유와 법치를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했다.장 대...
  5. 김상태 북구의장이 새해를 맞아 북구지역 자생단체들과 소통을 이어갑니다. [뉴스21 통신=최병호 ](가진출처=울산북구의회)송정동자연보호협의회와의 현장간담회 관련 보도자료
  6. BTS, '광화문광장'서 컴백 공연 추진…오는 3월 20일 ~ 22일 중 택일 〈사진=위버스 캡처〉완전체 컴백을 앞둔 그룹 방탄소년단이 첫 컴백 공연 장소로 광화문 광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19일 연합뉴스TV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오는 3월 20일 완전체로 돌아오는 가운데 컴백 공연을 광화문 광장에서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이는 4월부터 시작될 대규모 월드 투어에 앞서 국내에서 선보이는 첫 ...
  7. 양주시호남향우연합회, '2026 신년하례식 및 남옥우 연합회장 연임식' 성료 [양주=서민철 기자] 양주시 10만 호남인을 대표하는 양주시호남향우연합회가 새해를 맞아 향우들의 결속을 다지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자리를 가졌다.  양주시호남향우연합회는 지난 18일 오후 4시,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에서 '2026년 신년하례식 및 연합회장 연임식'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연합회원 500여 명이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