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유튜브 [본사=서민철 기자] 국군방첩사령부(이하 방첩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난 2022년 안보지원사령부에서 문패를 바꿔 단 지 불과 4년여 만이다.
국방부는 오늘(8일) '정치적 중립성'과 '문민통제'를 명분으로 방첩사를 해체하고 그 기능을 세 갈래로 찢어발기는 고강도 개편안을 내놨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안보 수사 역량을 약화시키고 정보 기관을 무력화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위원장 홍현익)가 발표한 개혁안의 핵심은 '기능 분리'다. 기존 방첩사가 독점하던 안보수사, 방첩정보, 보안감사 기능을 각기 다른 기관으로 흩어놓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안보수사권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넘기고, 방첩정보는 신설되는 '국방안보정보원(가칭)'이, 보안감사는 '중앙보안감사단(가칭)'이 맡게 된다.
문제는 '정보'와 '수사'의 유기적 결합이 필수적인 방첩 업무의 특성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자문위는 "해외 선진국도 방첩정보기관이 수사권을 갖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수사권 이관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대치 국면이라는 특수한 안보 환경에 처한 한국적 현실에서, 첩보 입수부터 수사 착수까지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정보를 가진 기관(국방안보정보원)은 수사를 못 하고, 수사권을 가진 기관(조사본부)은 정보가 어두운 '기형적 구조'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안보수사협의체'를 구성해 협업하겠다고 밝혔지만, 기관 이기주의와 관료제 장벽을 넘어 실질적인 공조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개편이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어 온 '보여주기식 개혁'의 재판(再版)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기무사령부에서 안보지원사령부로, 다시 방첩사령부로 이름과 조직을 바꿀 때마다 군의 방첩 역량은 널뛰기를 반복했다.
특히 이번에 신설되는 '국방안보정보원'은 기관장을 민간인(군무원)으로 앉혀 문민통제를 강화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자칫 군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전문가에게 칼자루를 쥐여주는 꼴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조직 규모를 감축하고 동향 조사 등 첩보 기능을 전면 폐지하면서, 휴전 국가의 군 정보기관이 사실상 '행정 지원 부서'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통제 장치 강화 방안도 관료주의적 비효율을 낳을 우려가 크다. 국방부는 국방부 내 국장급 기구인 '정보보안정책관'을 신설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고, 국회 보고 의무화 및 준법감찰위원회 설치 등 외부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시를 위한 조직이 또 다른 감시 조직을 만드는 식의 '옥상옥(屋上屋)' 구조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할 뿐이다. 법령 준수와 투명성 제고는 당연한 과제지만, 이것이 첩보 기관의 손발을 과도하게 묶어 정작 적을 잡아야 할 때 결재 도장만 찍고 있게 만드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홍현익 위원장은 이번 발표에서 "군 방첩과 보안 기능의 전문성을 높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성은 조직을 쪼개고 감시자를 늘린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국방부는 2026년 내 개편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번 '방첩 보안 재설계'가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셈법에 치우쳐, 정작 국가 안보의 핵심 기둥을 뽑아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치열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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