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21 통신=추현욱 ] 정부가 다주택자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며 꺼내든 ‘양도세 중과 부활’ 카드가 시장에서는 오히려 부의 대물림을 가속화하고 있다. 양도에 대한 징벌적 수준의 세금 예고에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집을 파는 대신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2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집합건물 증여 등기 신청 건수는 총 105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 12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다. 월간 기준 집합건물 증여 등기 신청이 1000건을 넘긴 것도 3년 만에 처음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임박하면서 ‘증여 러시’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5월 만료를 앞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에 대해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올해 초 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 관련 문구가 삭제된 데 이어 대통령의 발언까지 더해지며 중과 부활은 기정사실화됐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는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도입돼 매년 연장되어 온 조치다.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집을 팔 때 기본세율(6~45%)만 적용하고 최고 30%포인트의 중과세율을 면제해주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될 경우 세금 부담은 2~3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3주택자의 경우 지방세까지 포함한 실효세율이 82.5%까지 튀어 오른다.
실제로 이번 증여 급증세는 집값 상승 기대감이 높고 양도세 부담이 큰 핵심지에서 두드러졌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지난달 증여가 가장 활발했던 곳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였다. 송파구의 집합건물 증여 신청은 11월 68건에서 12월 138건으로 한 달 새 2배 이상 폭증했다.
서초구는 11월 40건에서 지난달 89건으로 122.5% 급증했고, 강남구 역시 전월 대비 15.2% 늘어난 91건을 기록했다. 비강남권 상급지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도심권도 마찬가지다. 중구는 18건에서 64건으로 255.6% 늘어났으며 마포구(50%), 성동구(50%), 용산구(35.7%) 등 주요 지역이 모두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결국 ‘5월 전에 집을 팔라’는 정부의 시그널을 시장은 ‘5월 전에 증여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가족 간 저가 매매 등 우회로까지 막히게 된 상황에서 징벌적 수준의 양도세를 피해 증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신고가가 속출하는 등 집값 상승 속도까지 가팔라지면서 증여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시장의 왜곡만 키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다주택자 매물을 유도해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 목표와 달리 실제로는 알짜 매물이 자녀에게 직행하며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고 부의 세습만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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