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비된 여당과 분열된 야당
한일기본조약의 졸속처리와 월남파병으로 야권과 학생, 그리고 재야의 거센 저항에 직면해 있던 박정희 정부는 1966년부터 일찌감치 박정희를 대통령 후보로 김종필을 당의장으로 선출해 선거체제를 갖추고, 언론에서 여당의 지나친 선거운동에 대한 자제와 자중을 요청할 정도로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불어 1966년경부터는 파병으로 월남에서도 돈이 들어오고, 일본에서도 청구권 자금과 함께 다른 자금이 들어오고, 미국서독에서도 차관이 들어오고, 여러 곳에서 자금들이 들어오면서 경기가 좋아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는 점도 여당에게 유리하게 영향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여당은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선거자금도 충분히 준비하고 있었는데 김두한 의원의 똥물 투척사건에서 당시 정치자금을 모으는 수법의 단면이 보인다.
삼성은 울산에 한국비료 공장을 지으면서 정부의 지불보증으로 일본으로부터 4200만 달러의 상업차관을 얻어오며 일본 미쓰이물산으로부터 리베이트로 100만 달러를 받았다. 삼성은 이 돈으로 사카린 2259포대를 사서 백색 시멘트로 위장하고 에어컨·냉장고·전화기·양변기·욕조 같은 사치품과 함께 밀수로 몰래 들여온다.
이런 규모의 밀수는 박정희 정부의 정치자금 목적이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은 사건이었고 심지어 삼성은 밀수를 제안한 것이 청와대라고 변명을 했지만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이 사건을 강하게 규탄하고 나선다.
1966년 9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만섭, 김대중 등에 이어 마지막으로 단상에 오른 김두한 의원은 “재벌 도둑질을 합리화시켜주는 내각을 규탄하는 국민의 사카린이올시다” 하며 통에 든 것을 국회의장을 비롯한 각 부처 장관들에게 뿌렸는데 그 내용물이 바로 똥물이었다.

후일담이기는 해도 1996년, “KCIA: 비록-X파일”(문일석, 한솔미디어)라는 책 속에는 김형욱이 중정부장일 때 감찰실장을 지냈고 71년, 중정을 그만둔 뒤 미국으로 이민간 방준모가 문일석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형욱 부장의 특별명령이었고, 다른 사람에게 십자가를 지울 수 없다는 생각에서 내가 직접 현장에 나갔다. 라디오 보도에 따라 몇 번인가 윤보선을 향한 조준경에 눈을 대었다가 떼어 냈다. 한 사람 생명을 빼앗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인가를 깨달았다.”는 증언도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야당통합
민중당은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공화당의 박정희와 신한당의 윤보선에 필적할 만한 인사가 당내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백낙준, 유진오, 이범석 등 세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영입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고 10월 22일, 시민회관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하여 대통령 후보로 유진오를 선출한다.
이 해 여름부터 신한당과 민중당은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여 당명은 신민당으로 결정하고 윤보선을 대통령 후보로, 유진오를 대표위원으로 추대한다.
하지만 분열에 시달리던 야당은 새로운 인물을 키우지 못한 상태였고 야당의 대표격인 윤보선은 ‘정권교체’외에는 별다른 비전도 공약도 없이 선거판에 올라와 버리게 된 것이다.
정책대결에서 여당에게 또 다시 패배한 야당

이런 과정을 통해 제6대 대통령 선거에는 현직 대통령인 민주공화당 박정희, 신민당 윤보선, 정의당 이세진, 한국독립당 전진한, 대중당 서민호, 민중당 김준연, 통한당 오재영 등 일곱 명이 등록하였으나 서민호는 중도에 사퇴한다.
지난 5대 대통령 선거 때 박정희와 윤보선 사이에 격화된 사상논쟁이 선거 내내 주된 이슈로 등장했었지만 사상 논쟁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은 윤보선이 이번에는 사상 논쟁을 접고 정책대결을 지향한다.
그러나 공화당이나 신민당이나 성향을 살피면 거기서 거기. 즉 보수를 지향하는 그들의 정책이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예를 들어 경제 문제에 있어 신민당은 대중경제정책을, 공화당은 경제성장정책을 들고 나왔지만 순서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본질은 똑같았다.

정책대결의 열세를 만회하고자 들고 나온 ‘호남홀대론‘
선거가 종반에 접어들기 시작한 시점에 윤보선이 호남푸대접을 들고 나선다. 그는 4월 23일, 전북 이리 유세에서 박정희 정권에서 호남이 푸대접을 받았다며 지난 1차 경제개발 5개년 동안 영남과 호남에 투자비를 열거한다.
이에 대해 박정희는 4월 27일, 광주 조선대학교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호남지방에 공장을 적게 지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장 건설의 입지 조건을 볼 때 경인 지구와 부산 지역이 가장 적합했기 때문에 이 양대 지역에 공장을 많이 건설했으니 이제는 타 지역에 공장을 분산해서 지을 수 있게 된다고 역공을 펼친다.
호남 푸대접을 들고 나선 윤보선은 4월 29일, 전북 전주에서의 마지막 호남 유세에서 전날 서민호 후보가 자신을 지지하며 사퇴한 일을 애국적 행동으로 극찬하고, 자신의 확고한 승리를 위해 군소 정당 후보들이 용퇴(이를 받아들인 사람은 없었다) 해줄 것을 촉구한다. 또한 중앙정보부 해체 등으로 비용을 절감해 공무원 월급을 두 배로, 국군의 월급을 3백 원에서 1천 원으로 올리겠다는 기상천외한 공약도 발표한다.
지원유세에서 "박정희 씨는 국민을 물건취급, 우리나라 청년을 월남에 팔아먹었고 박 씨는 과거 공산주의 조직책으로 임명되어 조직 활동을 한 사람이다"라고 한 장준하는 허위사실 유포죄와 대통령선거법위반 혐의로, 선거가 끝난 5월 7일에 박 정권에서 두 번째로 구속된다.
대선 중 일본군 장교 경력을 들먹인 오재영과 인구비례에 의한 남북한 군축 발언을 한 서민호도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된다.
제 5대 선거에서 남북으로 갈라진 표심, 동여서야(東與西野) 동서로 갈라지다.


5대 대통령선거 당시 추풍령을 기점으로 보였던 ‘남북현상’이 6대 선거에 들어서는‘동서현상’으로 바뀐다. 경상도에서 박정희 지지가 현저하게 드러났고 야권이었던 강원도와 충북이 여권으로 돌아선다. 반면에 제5대 선거에서는 경기도를 비롯하여 여당 성향이었던 호남 지역이 제6대 선거에서는 근소하지만 야당우세로 바뀐다.
결국 동쪽 지역인 강원, 충북과 경남·북, 부산이 여당지지로, 서쪽 지역인 서울과 경기, 충남, 전남·북이 야당지지로 나뉘어 ‘동여서야(東與西野)’의 형세가 나타난다.
제 6대 대통령 선거는 진위여부를 떠나 박정희 후보가 유세중 발언한
“이 나라가 잘되려면 여당도 정신 차려야 하지만 우리나라 야당이 그들의 머리를 근대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야당은 몸은 20세기에 살고 있는데 머리는 19세기에 살며 거짓말 잘하고 생떼 잘 쓰고 모략· 중상 잘하는 것을 똑똑한 정치인으로 알고 있다.“는 말이 통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제1차 경제개발계획이 성공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었고 박정희는 재선에 성공하면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이 포함된 제2차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지지율이 전보보다 단단해졌음을 감안할 때 별다른 정책대안 없는 야당의 패배는 예견된 상황이었다.
지금도 가장 이슈 없는 선거로 평가받는 제 6대 대통령 선거는 동여서야(東與西野)라는 지역색깔을 나타낸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없이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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