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난 건물에 뛰어들어 잠자던 이웃집 20여 곳을 깨우고, 정작 자신은 유독가스에 숨을 거둔 초인종 의인 안치범 씨. 안 씨는 지난해 9월 9일 오전 4시 20분쯤 자신이 사는 마포구 서교동 5층 건물에 화재가 나자 밖으로 나와 119에 신고했다.
그 후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건물에 들어가 집집마다 초인종을 눌러 화재를 알렸다. 그의 덕에 이 건물에서 다른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안 씨는 건물 5층 옥상 입구 부근에서 유독 가스에 질식해 병원으로 옮겨져 결국 세상을 떠났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사라져가는 오늘날 안 씨는 남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10월 31일 안 씨는 의사자(義死者)로 지정됐다. 안 씨 덕분에 살아남은 이웃들의 증언은 의사자 인정에 큰 도움을 주었다. 안 씨는 같은 달 마포구로부터 ‘용감한 구민상’을 수상했다. 생전에 성우를 꿈꿨던 안 씨의 마지막 목소리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해냈다.
마포구(구청장 박홍섭)는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는 모범구민을 발굴·시상하는 마포구민상 후보자 추천을 받는다고 밝혔다.
올해 마포구민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구민상 시상 부문은 ▲문화상 ▲체육상 ▲용감한 구민상 ▲장한 어버이상 ▲효행·선행상 ▲봉사상 ▲지역 발전상이며 각 부문 1명씩 총 7명을 선정한다.
구민상 후보 추천 대상은 공고일인 6월 19일 기준 마포구에 3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개인 또는 소재하고 있는 단체로서 해당 부문의 공적이 현저한 자이다.
접수기간은 오는 8월 7일까지이다. 관계기관장 및 단체장, 학교장, 구의원 2인 이상, 구민 30인 이상의 연서를 통해 추천서와 공적조서, 사진, 구민상 포상 관련 동의서, 심사에 필요한 증빙자료를 첨부해 구청 자치행정과 또는 각 동 주민센터에 접수하면 된다.
접수된 후보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공적조사와 심의를 거쳐 10월 열리는 마포구민의 날 행사에서 시상할 계획이다.
구민상 수상자는 마포구청 로비에 마련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명예의 전당은 지역을 빛낸 마포구민상 수상자들에 대한 예우의 의미로 설치됐으며 지난 1992년 이래 역대 마포구민상 수상자 총 142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역대 마포구 구민상 수상자들은 가족과 지역사회를 위해 스스로를 헌신한 특별한 이웃들이다.
지난해 제25회를 맞이한 구민상은 4개 분야 총 5명이 수상했으며 ▲문화상에는 관내·외 복지관이나 노인정, 각종 문화체육행사에 경기민요와 고전무용, 사물놀이 봉사공연을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해오름 예술단이 ▲효행·선행상에는 결혼 후 40년 간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봉양하여 효 사상에 모범을 보여준 안영순 씨 ▲장한 어버이상에는 29세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지적장애 2급 자녀를 비롯한 4남매를 훌륭하게 키운 김복자 씨가 받았다.
더불어, ▲용감한 구민상으로는 작년 9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웃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다시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가 잠든 이웃들을 대피시키고 숨진 故 안치범 씨와 지난 3월 발생한 염리동 상록아파트 화재사건에서 적극적인 화재 초기 진압활동으로 주민 피해를 막은 숭문고 황성연 군이 받았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구민상 시상은 마포 발전에 기여한 공이 큰 구민을 발굴해 마포구민으로서 자긍심을 높이고 주민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구민상을 수상한 모든 분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많은 관심과 추천을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