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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2015 시즌 프로그램 공개
  • 최문재
  • 등록 2015-02-16 16: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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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동시대를 바라보는 40대 연출가 7명의 개성과 의욕 넘치는 무대 선사

 

 

동시대 창작극을 지향하며 한국 현대연극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는 남산예술센터가 2015년 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한다.

3월 12일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3.12~3.29)을 시작으로 <푸르른 날에>(4.29~5.31), <햇빛샤워>(7.9~7.26), <변신>(10.7~10.18), <치정>(11.19~12.6) 등 5개의 기획공연을 비롯해 호주예술가와의 협력 작품이자 세월호 1주기 추모공연인 <델루즈(Deluge) : 물의 기억>(4.16~4.25)과 한일공동제작 <태풍기담(颱風奇譚)>(10.24~11.8) 등 2개의 특별 프로그램이 그 주인공이다.

이밖에 창작희곡 발굴과 희곡창작 담론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온 <남산희곡페스티벌>(8.25~8.28)과 한·중·일 교류사업인 <제22회 베세토 페스티벌>(9.1~9.24)을 진행하여 한국의 대표적인 컨템퍼러리 극장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할 예정이다.

2009년 재개관 이후 남산예술센터는 ‘공동제작’ 시스템을 도입하여 공공극장과 민간 극단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참신한 소재 발굴과 실험적인 무대 기획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창작극을 통해 작가 및 연출가를 발굴해 연극계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데 일조했으며, 시대정신이 살아 있는 주제와 새로운 무대미학 제시로 동시대 연극의 가치를 발견해 왔다.


첫 시작을 알리는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김승철 연출)은 사회와 역사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우회적인 놀이와 도발적인 은유로 교묘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3중액자 구조로 허상을 쫓는 현대인들을 실감나게 표현한다. 이어 올해로 5년 연속 공연으로 지난해 평균 객석점유율 98%를 기록한 <푸르른 날에>(고선웅 각색·연출)가 올려져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오늘, 우리’의 시선을 이야기한다. <햇빛샤워>(장우재 작·연출)는 비틀린 삶의 양상과 부조리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반어적이고 유머러스한 어법으로 표현한다. 또 <변신>(김현탁 창안·연출)은 카프카의 원작을 연출가 특유의 도발적이고 신랄한 감각으로 해체, 재구성해 우리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치정>(윤한솔 연출)은 잘못된 만남, 불륜, 사랑의 죄악으로부터 비롯된 각종 죄악과 폭력 이면에 드러나는 사람들 간의 정치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특히 <햇빛샤워>는 지난해 <남산희곡페스티벌-네 번째> 낭독공연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은 장우재(44) 연출가의 작품을 시즌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것으로, 남산예술센터의 국내 창작희곡 발굴 작업의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남산예술센터 안미영 극장운영팀장은 “지난해 낭독공연으로 처음 발굴된 <햇빛샤워>는 이후 그 가능성을 타진했으며,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실제 무대에 오르기까지 제작과정에 큰 의미가 있다”며, “이는 창작 희곡의 발굴, 육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남산예술센터의 정체성을 오롯이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또한 원작을 단순히 재해석하거나 재현에서 벗어나 요즘 우리사회가 처한 시대의식과 연결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공연 두 편도 눈에 띈다.

먼저 국내외 명작들을 특유의 파격적인 시선과 신랄한 감각으로 해체, 재구성해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해온 연출가 김현탁(47·극단 성북동 비둘기 대표)의 <변신>이 무대에 오른다. 어느 날 문득 벌레로 변해있더라는 원작의 설정은 현대 속에서 매몰되고 있는 우리의 삶과 변신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낭만적인 희곡 <템페스트>를 바탕으로 새롭게 제작되는 <태풍기담(颱風奇譚)>은 100년 전 한국과 일본 사이의 불행했던 과거사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로 바꾸어 무대화한다. 마술 같은 연극적 환상으로 서로 다른 사람들 간의 반목과 화해 속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산예술센터는 동북아시아의 극장뿐만 아니라 해외 연극인들과 긴밀한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한·중·일 3개국이 참여하며, 올해로 22회를 맞이하는 <베세토 페스티벌>은 서울, 베이징, 도쿄를 중심으로 각국의 작품을 소개해 교류하는 사업이다. 특히 올해는 ‘동시대 아시아를 담은 주제’, ‘젊은 아티스트 소개 및 발굴’, ‘다방면의 아티스트 교류와 네트워크 형성’ 등을 새로운 키워드로, 단순히 작품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시대 연극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통해 동북아시아 역사와 상호이해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올해로 한일수교 5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과 일본의 젊고 역량 있는 두 예술가가 힘을 모아 작품을 제작해 주목을 끈다. 새로운 언어와 개성으로 경쾌한 무대를 선보이는 성기웅(41·12언어연극스튜디오 대표)과 동아연극상 최초 외국인 수상자로 선정된 타다 준노스케(39·극단 도쿄데쓰락 대표)가 공동 제작하는 <태풍기담(颱風奇譚)>이 그것이다. 지난 2013년, 이들은 서양의 고전 희곡을 한국과 일본의 불행한 역사 속에서 재생시키는 2중 언어극 <가모메>를 선보인 바 있으며, 이번 신작은 이전보다 더 활발한 연극적 상상으로 과거와 현재를 파격적인 방식으로 넘나드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키라리☆후지미 극장, 한국의 남산예술센터,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등 3개 공연장의 한일공동제작으로 진행되는 이번 작품은 갈등의 밖에서 자란 젊은 세대의 시선으로 지금의 복잡한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무대가 될 것이다.

남산예술센터는 우리 사회의 아픈 상처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연 두 편을 마련했다. 4월에는 <델루즈(Deluge) : 물의 기억>과 5월에는 <푸르른 날에>이 공연된다. <델루즈(Deluge) : 물의 기억>는 지난해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특별 기획된 것으로, 호주 ‘브리즈번 페스티벌(Brisbane Festival) 2014’와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14’에 초청되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문래예술공장의 국제교류 프로그램인 ‘예술가 공동창작 워크숍’을 통해 지난 2010년부터 한국과 호주의 예술가들이 협업을 거쳐 완성됐다. 특히 호주의 시인 주디스 라이트(Judith Wright)의 ‘홍수(Flood)’를 모티브로, 파괴력과 치유의 생명력을 동시에 지닌 물의 기억을 호주의 예술가 제레미 나이덱(Jeremy Neideck)이 연출한 비언어신체극이다.


지난 2011년 초연 이후, ‘5월이면 꼭 봐야 하는 연극’으로 자리매김한 남산예술센터의 대표적인 레퍼토리 <푸르른 날에>가 올해도 공연을 이어간다. 30여 년 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인생의 가장 푸르른 날을 역사에 빼앗긴 이들의 비극과 그날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려내며 우리에게 오늘과 내일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는 물음을 던진다. 특히 올해는 초연부터 이 작품을 만들어 왔던 멤버들이 꾸미는 마지막 무대로, 관객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무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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