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길 위의 고단한 상생, 노점과 상가 갈등 빈번
  • 신용선 기자
  • 등록 2020-11-07 15:16:06

기사수정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재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는 2차선 도로 한편에 차를 세워놓고 노점상들은 짐을 꺼내면서 분주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텃밭에서 갓 수확해온 각종 채소들, 잡곡과 과일, 반찬 등 여러가지 찬거리를 내놓고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풍경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3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이곳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근처 또다른 자리에도 노점상이 있었다.

이곳에서 10년째 반찬을 판매하는 노점상인은 “인근에 반찬가게가 있지만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큰 마찰이나 갈등이 없다. 최대한 품목이 겹치지 않는 선에서 판매한다”고 말했다. 채소를 파는 노점상은 채소 가게와 일정 거리를 띄워서 자리를 잡고, 과일 노점상 역시 이같이 행동하는 게 이들 사이 암묵적인 원칙이라고 했다. 노점과 점포간 ‘상생’의 흔적들이다.

주로 텃밭에서 채소를 수확해 판매하는 이들은 규모가 작다. 집에 있으면 답답하고 심심하기 때문에 밖으로 나와 소일거리라도 한다는 노인들이 많았다. 채소 판매 노점상은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를 팔아서 병원비라도 벌기 위해서 나왔는데 앞으로 날씨가 더 추워지면 이도 힘들 것”이라면서 “돈이 많으면 가게를 차리겠지만 노점상은 형편이 좋지 않은 이들이 많아서 임대료나 관리비를 감당할 여력이 안된다”고 말했다. “길에 나와서 판매하는 게 불법이라고는 하지만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노점상 인근 점포 상인들은 “노점상이 있어 본인들도 덕을 본다”는 이들도 있지만. 노점상과 상가의 판매 물품이 겹친다면 손님을 빼앗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우려된다는 입장도 있다.


김밥을 판매하는 점포 상인은 “손님들이 오고 가며 지나다가 가게에 들러 김밥이나 분식류를 포장해 가기도 한다”면서 “노점상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손님이 더 줄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상인도 같은 반응이다. “유동인구가 늘어난 만큼 가게 앞을 한 번씩 지나다니다 들어오는 손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노점상들이 있어 상가도 덕을 본다”고 했다.

하지만 판매 물품이 같은 상가 상인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노점상에서 더 싸게 팔기 때문에 손님들 발길이 줄어든다는 것. 꼬박꼬박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는 점포 상인들의 불만과 민원은 늘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단속 요청 신고나 민원 접수가 그리 쉬운 일도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신고자가 노출되는 경우가 생겨, 노점상들의 ‘공공의 적’이 돼 눈치가 보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

20년째 점포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이모 씨. 그는 노점상에 대해 불만을 많았다. 자신의 가게가 입은 피해가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구청에 신고도 많이 했지만, 요즘은 행정에서도 민원을 꺼려 하는 눈치가 역력해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고 한다. ‘관내 사람이니 서로 도우며 살자’는 것인데, 손해 보는 한 쪽이 있다면 이게 ‘상생’인가라는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인근 또다른 과일가게는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고 했다.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노점을 하면 모를까 너무 가까이서 판매하다 보니 점포 상인들의 피해가 크다.” 요즘 더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장사를 하더라도 기본적인 예의를 지켰으면 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 큰 불만은 없을 것”이라면서 “현재는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으려고 참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반응도 엇갈린다. 노점을 주로 이용하는 손님들은 “아파트 단지 앞에 물품이 있어 마트나 시장까지 가지 않아도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 있지만, 불편한 소비자들도 있다. 대부분 노점상들이 보도에 자리잡은 탓에 보행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또한상품 풀질에 대한 신뢰 부족과 확성기 방송에 따른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김문근 단양군수, SNS 밴드 홍보 활동 ‘선거법 위반’ 고발당해 충북 단양군의 김문근 군수가 지역 주민으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단양군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고발됐다.  고발인 A 씨는 최근 단양군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김 군수가 수천 명의 주민이 가입한 SNS 밴드 ‘단양의힘 김문근’에서 자신의 실적과 업적을 반복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2. “추석 인사인가, 선거운동인가”…제천·단양 자치단체장 현수막 도 넘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충북 제천시와 단양군이 곳곳에 내건 현수막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명절 인사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시장과 군수 개인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사전 선거운동용 홍보물이라는 비판이 거세다.제천시청 앞과 각 동 행정복지센터 게시대에는 김창규 제천시장의 이름이 크게 박힌 현수막이 걸렸다....
  3. 안보 대재앙…野 "국민 59%가 등 돌린 방첩사 해체, 누구를 위한 국가 자해인가“ [국회=서민철 기자] 이재명 정부가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를 사실상 공중 분해하는 초유의 조치에 돌입하자, 대한민국 안보의 최전선을 지켜온 예비역들과 정치권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30일 국회에서 '방첩사 해체, 간첩은 누가 잡나?'를 주제로 긴급 정책 토론회를 열고, 이번 조치가 국민 여론과 안보 ...
  4. 10월1일, 경기버스 파업시 파주시 비상 수송 대책안(파주시 홈페이지) [뉴스21 통신=추현욱 ] 경기도버스노동조합협의회는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사 간 협상을 진행 중이며, 30일 조정회의에서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내달 1일 첫차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한편 파주시는 다음 달 25일 첫차부터 마을버스 요금을 200원 인상한다고 30일 밝혔다.이번 요금 인상은 지난 2019년 요금 인상 이후 6년 만에 시...
  5. 공포정치의 서막,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가 【정치=뉴스21통신】 홍판곤기자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구속됐다.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고, 검찰은 수사를 진행했으며, 절차는 적법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이 목격한 것은 법의 공정한 집행이 아니라 권력의 속도전이었다. 여당은 압도적 의석수로 정부조직법을 단독 처리했고, 야당은 항의 속에 전원 퇴장했다. 이튿날 국무회의.
  6. 김영환 충북지사, 제천 한방엑스포 방문… “도민과 함께하는 행보”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추석 연휴를 맞아 제천에서 열리고 있는 2025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 현장을 찾았다.행사 측은 김 지사를 위해 VIP 전용 주차장을 마련했지만, 그는 이를 이용하지 않고 부인과 함께 일반 관람객 주차장을 선택했다. 이후 행사장까지 도보로 이동하며 시민들과 같은 동선을 공유했다.김 지사의 이번 행보는 ‘...
  7. 엄태영 의원 “문신사법 통과… K-타투 산업으로 성장 기대” 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문신사법’과 관련해 제천·단양 지역구의 엄태영 국회의원이 “늦었지만, 역사적인 변화”라며 환영 견해를 밝혔다.문신사법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는 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대법원이 ‘의료법 위반’ 판결을 내린 이후 33년간 불법으로 묶여 있었다. 이번 법안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