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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만 아는 보물섬, 익산 시청 앞거리
  • 손성래 사회2부기자
  • 등록 2015-11-02 17: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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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청 앞에 오면 키가 큰 은행나무가 죽 늘어선 가로수 길을 마주하게 된다. 그 뒤로 인근 가게들은 옛 것의 포스를 풍기며 이 거리의 나이가 중년은 넘었음을 알려준다.

 

일렬로 늘어선 작은 가게들을 천천히 돌아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청 앞 커피를 가운데로 왼쪽에는 시청 앞 문구점과 밥집, 오른쪽 건너 건너에는 시청 앞 사진관과 미용실?!

 

체인점도 아닌 가게들이 하나 같이 시청 앞이라는 타이틀을 걸다니, ‘시청 앞이라는 브랜드라도 생긴 것인가?

 

크고 화려한 옷집이나 카페가 있는 곳이 아닌 우리의 이웃이 만든 친숙하면서도 사람냄새가 나는 거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시청 앞 커피, 거리에 색을 찾다








커피숍에 들어오기 전까지 이곳은 세월이 묻어나는 가게들이 자리를 메우는 오래된 관공서 앞 거리쯤으로 생각됐다. 특색 없고 오래된 이 거리는 커피숍이 자리 잡으면서 생기를 찾아갔다.

 

무미건조 했던 거리는 눈길이 저절로 가는 어여쁜 꽃으로 장식되고, 환한 가게가 가져다주는 쾌적함은 어두웠던 거리를 밝혔다. 청각장애인 바리스타의 섬세한 손길로 만든 향기 좋은 커피는 인근 회사원과 공무원, 주민들의 발길을 불러 모았다.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에는 카페가 생긴다고 하지만 이곳은 카페가 생기고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 한 번 들으면 누구나 기억하는 대세 이름 '시청 앞' 가게





시청 앞 커피가 관심을 받자, ‘시청 앞타이틀을 단 가게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변화에 앞장 선 문구점은 전에 사용하던 이름 외에 시청 앞 문구점이라는 초록색 작은 간판을 내걸고, 문 앞거리를 꽃들로 단장했다.

 

문구점은 커피숍이 생기기 전까지 아무런 생각 없이 가게를 운영했어요. 그러다 커피숍이 예쁘게 꾸며지니 저도 기분이 좋더라구요. 그래서 가게 꾸미기에 동참하게 됐어요. 꽃들로 거리를 단장하니 손님들이 더 좋아하시는 거에요. 예쁘다 하시면서 가게에 들어오시기도 하구요. 사실 매출도 전보다 올랐답니다.”며 밝게 웃었다.

 

7월에 오픈한 미용실은 이 거리에서 커피숍이 대세라는 이야기를 듣고 단골인 커피숍의 이름을 따 시청 앞 미용실로 간판을 내걸었다. 최근 이사를 온 시청 앞 밥집은 예전에 쓰던 태양식당이란 명칭을 버리고 과감히 시청 앞이란 이름을 붙였다.

 

사실 시청 앞타이틀을 처음 쓴 건 2009년도에 자리 잡은 시청 앞 사진관이다. 사진관은 누구나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지인의 권유로 시청 앞 사진관이란 이름을 처음 쓰게 됐다. 작년 시청 앞이란 이름을 쓰고 싶다는 커피숍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흔쾌히 수락해 시청 앞이란 이름을 전파하게 됐다.

 

시청 앞 가게들은 특색이 있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 시청 앞이란 타이틀을 달았다. 이들 가게들은 시청 앞가게가 브랜드화 돼 커피, 사진관, 미용실, 밥집, 문구점 외에도 다양한 소비가 이뤄질 수 있는 특화된 거리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 사람 냄새 나는 골목길 여행 어때요?

 





시청앞거리의 변화는 골목까지 이르고 있다.

 

유독 골목을 좋아하는 시청 앞 커피 김연희 대표는 오래된 골목에 온기를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1주일에 한번 커피숍에서 플리마켓을 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물건을 팔고 판매대금의 10%를 모금해 골목 바꾸기 사업에 쓰고 있다.

 

김 대표는 주민들의 양해를 구하고 골목을 단장하고 있다. 시청 앞 커피 옆 작은 골목은 바람이 불면 종이 뎅~~ 맑은 소리를 내고, 앙증맞은 꽃 화분과 액자와 조형물 등이 곳곳에 걸리며 사람들을 반긴다.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면서 옛 골목이 주는 정겨움과 골목을 단장하는 이의 정성과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 작은 골목은 보는 재미와 궁금증을 더하며 행인들의 발걸음을 골목 끝까지 이끈다.

 

그렇게 골목을 걷다보면 누구의 집일까?’ 궁금증이 생기는 골목과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화사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건물 한편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이곳은 시청 앞 커피숍 별관이다.

 

이곳은 장애인들의 수화교육을 위해 마련됐지만 김 대표는 주민과 시민들을 위해 무상으로 개방하고 있다.

 

별관은 교육장이란 느낌보다는 또 하나의 카페 같다. 마당 곳곳을 장식하는 작은 꽃들과 무쇠솥, 도자기 액자 등 주인장의 센스가 돋보이는 인테리어는 보는 이를 웃음 짓게 한다. 방이었던 것으로 짐작되는 큰 두개의 공간은 시민들 누구나 찾아와 휴식을 하고, 회의도 하며 공부도 할 수 있는 뭘 해도 어색하지 않을 자유로운 공간이다.

 

현재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수화교실, 프랑스 자수, 도자기체험 등이 이뤄지고 있다. 조금씩 입소문을 타면서 동네 주민들이 마실을 나와 공원처럼 이용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종종 찾아와 공부를 하기도 한다.

 

시청 앞 커피 별관은 평범하기만 했던 골목을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특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렇게 별관과 골목길은 사람들에게 잊혀져 있던 골목길의 향수와 정겨움을 전하며 시청앞거리의 또 다른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조동화 시인은 시 '나 하나 꽃 피어'에서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된다고 말했다.

 

시청 앞 커피가 뿌린 변화의 씨앗은 인근 가게로 퍼져나가 이 거리를 밝고 사람들의 온기가 있는 따뜻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 시청앞거리의 변화가 값진 것은 우리 이웃들 스스로의 힘으로 빚어낸 노력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특색 없이 지나다니는 길이었던 시청앞거리는 이제 많은 이들이 추억을 담는 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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