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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필 박사의 세상사는 이야기]H에게-노자의 ‘도’와 사회복지의 정치학
  • 최명호
  • 등록 2016-02-19 09: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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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마음이 심란할 때면 동양고전을 읽지. 오늘은 노자의도덕경77장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정치의 복지에 관해 생각했네. 도덕경2500여 년 전에 쓰인 책이라 현실적용성이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노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중요해. 노자는 이 장에서 공평하고 균형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말하고 있네.


하늘의 도는 활을 당기는 것과 같습니다./ 높은 쪽은 누르고/ 낮은 쪽은 올립니다./ 남으면 덜어주고/ 모자라면 보태 줍니다. (天之道, 其猶張弓與, 高子抑止, 下者擧止. 有餘子損之, 不足子補之.)”
 
먼저 노자는 하늘의 도()가 활을 당기는 것과 같다고 말하네. 국궁이든 양궁이든 활()의 모양을 상상해 보게나. 활줄을 당기면 당길수록 활의 양 끝이 더 가까워지지. 도가 하는 일이 그와 비슷하다는 거야. 높은 것은 낮추고 낮은 것은 높여야 평평해지고, 남으면 덜고 부족하면 보태야 균형이 잡히지. 요즘 말로 바꾸면 재산과 소득, 권력, 명예 등을 골고루 나는 게 하늘의 도라는 거네.
 
하늘의 도는 남는 데서 덜어내어/ 모자라는 데에 보태지만,/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않아/ 모자라는 데서 덜어내어/ 남는 데에 바칩니다./ 남도록 가진 사람으로 세상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오로지 도 있는 사람만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天之道, 損有餘而補不足, 人之道, 卽不然, 損不足以奉有餘. 孰能有餘以奉天下. 唯有道者.)”
 
하지만 인간 세상은 하늘의 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네. 노자는 사람의 도는 모자라는 데서 덜어내어 남는 데에 바칩니다라고 말하네. 그런 사람의 도를 가장 노골적으로 찬미하는 체제가 신자유주의라는 이념일세. 그래서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어느 나라든 빈부의 격차가 확대될 수밖에 없네. 미국과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 그런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려 사회 불평등이 확대된 대표적인 나라야.
 
그런데도 정부는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를 완화하기보다는 악화시키는 정책들을 계속 내놓고 있네. 책임 있는 정부 관계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를 쉽게 할 수 있어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들을 자주 하는 걸 들을 수 있네. 정말 뻔뻔한 사람들이야. 쉽게 말하면, 부자들의 몫은 가만 놔두고, 나머지 사람들의 몫을 나눔으로써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고약한 심보들이지. 외환위기 이후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걸 모르는 사람 있나? 그런데도 사회적 약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열심히 일만 하고 살아온 대다수 사람들의 삶을 더 불안하게 만들 정책들을 개혁이라고 우기고 있어. 가난한 사람들은 대를 이어 가난하게 살아야만 한다는 건지?
 
노자가 말한 하늘의 도가 사회과학적 용어로 사회복지. 넉넉한 사람들의 것을 덜어내서 모자라는 사람들을 보태주는 게 사회복지지. 물론 넉넉한 사람들의 것을 어느 정도 덜어낼 것인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네.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나 많이 가진 자와 덜 가진 자들 사이에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그 갈등을 조정하는 게 현대 정치의 주요 기능이지. 노자가 살았던 춘추전국 시대에는 공을 쌓지만 그 공을 주장하지 않고’, ‘자신의
현명함을 드러내지 않는성인(聖人)지도자가 혼자 결정할 수도 있었지만, 모든 사람들의 사유재산을 신성시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치만이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네. 이런 부문에서는 노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위의 정치가 적용될 수 없는 거지.   
 
예전에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지?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이 사용한 선거 구호라고 하더군. 물론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일세. 하지만 더 후진적인 분야가 정치야. 기업과 노동 사이의 갈등에 중립적인 위치에서 개입해 노사정 대화를 이끌어 내고 사회적 대타협을 모색해내야 할 정부가 노골적으로 기업과 가진 자들의 편을 들고 있네.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더 불안하게 만들 해고 요건 완화, 파견근로 확대, 비정규직 근로자 사용기간 확대 등이 포함된 이른바 노동개혁법들을 빨리 통과시키라고 국회를 압박하고 있는 거지. 기업과 노동 사이에서 중립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강자인 자본의 편에 서서 국민들에게 서명까지 강요하고 있으니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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