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종로구 인의동 네이버스퀘어 종로에서 열린 네이버·컬리 기자간담회는 두 회사가 ‘데이터 기반 새벽배송=성장’이란 가설을 바탕으로 세운 ‘컬리N마트’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하는 자리였다.
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 부문장은 “돈을 아끼려고 제휴했다”며 “콩나물과 두부 배송을 잘 할 자신이 없는데, 이걸 하려면 우리도 ‘풀 골드체인’(fullcoldchain)을 갖추고 새벽배송을 하려면 투자를 엄청나게 해야 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 부문장은 “이번 제휴가 양사 모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들이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봐야겠지만, 제휴 자체가 양사가 무조건 좋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가설을 세웠고, 가설이 작동한다면 이 제휴를 상당히 오랜기간 가져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네이버의 상징색인 ‘초록색’ 옷을 입고 등장한 김슬아 컬리 대표 역시 네이버·컬리 연대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커머스는 돈이 많이 든다”면서 “양사의 결합은 돈으로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지 않으면 오래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서비스가 잘 돼 컬리의 물류센터가 터져나가고, 배송차가 꽉 차서 빠르게 실질적인 자산 투자가 이뤄지는 단계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면 컬리도 네이버도 얼마든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컬리는 자사 손실 우려까지 감안하면서 네이버와 손잡았다. 상장을 계획 중인 만큼, 성장에 대한 절박함이 녹아 있다. 고객 확장과 이를 통한 매출 증대가 빠르게 이뤄져야 상장 시점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손을 잡은 가장 큰 목표는 ‘쿠팡 잡기’다. 이커머스 시장 1위 쿠팡에 대항하기 위해 두 회사는 큰 결핍을 가진 처지다. 네이버엔 장보기의 핵심 콘텐츠인 신선식품 배송망이, 컬리엔 신규 구매자 확보의 핵심 수단인 유저 데이터가 부족하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쿠팡 천하’ 속 ‘쩐의 전쟁’으로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사는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서로의 결핍을 채울 수 있는, 결과적으로는 수익성과 거래액 증대를 이룰 방안에 고민이 컸던 상황이다.
고민의 결과물이 이번에 론칭한 ‘컬리N마트’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첫 페이지 상단에 고정된 컬리N마트는 ‘네이버에서 받아보는 새벽배송’으로 요약된다. 컬리 앱에서와 같이 밤 11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샛별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다.
상품은 컬리의 식품관과 뷰티관에 생활밀접 상품을 더했다. 특히 4인 이상 가구, 대용량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고객 등을 겨냥해 기존에 취급하지 않았던 5000여종의 상품을 새로 추가했다.
양사는 네이버의 강력한 데이터 기반 추천 기술을 통해 네이버쇼핑의 다양한 판매·구매자들에게 새벽배송이 도달될 수 있도록 협업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새벽배송을 지난 1일부터 네이버 판매자들에게 오픈한 상태다.
김 대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다양한 인기상품을 연계하고, 내가 원하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것도 고도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상장 시점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사업이 잘되고, 시장이 좋으면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지금은 경기가 어렵다는 얘기도 많이 들린다”고 말했다. 향후 1년 안에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엔 “시장 환경이 잘 맞아야 해서 지금 말씀드리긴 그렇다”면서 “지금은 본업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의 컬리 인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네이버 이 부문장은 “계획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