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언론이 공개한 드론 사진
폴란드가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을 격추했다고 발표하면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조약 4조 발동을 요청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를 전면 부인하며 “우크라이나가 도발을 위해 러시아제 드론을 조립해 보냈을 수 있다”고 맞서면서 사실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폴란드 도날트 투스크 총리는 10일(현지시간) 긴급 내각회의 직후 “러시아 드론이 총 19차례 영공을 침범했고, 이 중 3∼4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폴란드 공군은 F-16 전투기를 출격시켰으며, 네덜란드의 F-35, 이탈리아 조기경보기, 독일 패트리엇 방공망까지 투입됐다. 이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 군사 자산을 직접 격추한 첫 사례다.
폴란드는 즉각 나토에 조약 4조 발동을 요청했다. 이는 동맹국이 영토 보존이나 안보를 위협받을 경우 긴급 협의를 요구할 수 있는 조항으로, 발동 사례는 1949년 창설 이후 단 7차례에 불과하다. EU와 프랑스, 독일, 영국 정상들도 폴란드와의 연대를 선언하며 러시아를 규탄했다.
반면 러시아는 의도적 침범을 부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폴란드 영토를 공격할 계획은 없었다”고 밝혔고, 주폴란드 러시아 외교관도 “격추된 드론이 러시아제라는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 역시 “EU와 나토가 매일 근거 없는 비난을 반복한다”고 반발했다.
RIA 노보스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반파시스트 저항세력은 “우크라이나가 전투 중 수집한 러시아제 드론 잔해를 조립해 폴란드로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사건은 나토, 우크라이나, 폴란드에는 이익이 되지만 러시아에는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벨라루스 역시 “전파 교란으로 경로를 이탈한 드론 일부를 자국 방공군이 격추했다”며 러시아 의도설에 선을 그었다.
이번 사태는 나토-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드론의 출처와 의도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유럽 안보 지형은 더욱 불안정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