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구청장 이동진)에는 한국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 있다. 바로 의정부와의 경계구간이자 지하철 1·7호선 도봉산역 옆에 위치한 ‘대전차방호시설’이다. 길이 약 250m에 이르는 군사시설인 이곳은 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전쟁 때 북한군이 남침하던 길목에 만들어 유사시 건물 폭파로 통행을 차단하는 것이 목표였다. 한 때는 시민아파트의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애당초 군사시설을 위장하려는 목적으로 세워져 초기에는 주로 군인들이 거주했고 이후에는 일반 시민들이 살았다.
설계 이후 30여 년이 흐른 2004년, 건물노후로 아파트 부분은 철거됐지만 군사시설 기능을 하던 벙커를 비롯 각종 화기를 발사할 수 있는 구멍 등은 여전히 흉물처럼 남아있었다.
이에 도봉구는 2013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대한민국의 역사가 담긴 이곳을 리모델링, 주민 품으로 돌려주자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고 본격적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주축이 된 추진단 역시 함께 결성돼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 공간 재생을 위한 전문가 워크숍과 예술가, 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 40여회의 현장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리모델링을 완료한 평화문화진지는 10월31일 개관식을 개최한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동진 도봉구청장, 육군73보병사단장, 시민과 문화예술인 등이 대거 참석, 대전차방호시설의 새 시작을 축하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설 탐방, 개관 퍼포먼스, 군악대 히든행진 퍼레이드 등 각종 축하공연과 전시 이동통로를 활용한 자유전시로 다채롭게 기획했다.
1동에서 5동까지 옥상 산책로를 걸으며 전체 공간을 한 눈에 살펴보고, 47년 만에 최초 공개되는 2동과 3동 사이의 지하벙커를 둘러보는 시설탐방과 대전차방호시설의 역사를 알아보는 전시 프로그램은 놓치지 말아야 할 백미다.
스토리텔링 상설전시와 'APT 1탄_아카이브아트 프로젝트' 기획 전시는 과거의 대전차방호시설이 지니고 있던 시간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4동 예술동에는 ‘평화’와 관련된 시민작품이 전시된다.
연면적 1902m²(576평), 지상 1층 전체 5개동 규모로 새 단장을 마친 평화문화진지는 기존 벙커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예술가와 주민을 위한 시민동, 창작동, 문화동, 예술동, 평화동으로 구성했다. 20m 높이의 전망대는 유사시에는 군사시설로 활용하되 평시에는 주민 누구에게나 개방하여 인근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평화광장에 세워진 독일 통일의 상징 ‘베를린장벽’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제주 4?3 평화의 공원에 설치된 것을 보고 직접 아이디어를 낸 부분으로 외교부와 통일부의 협조를 얻은 후 3점을 무상 기증받게 됐다.
향후 시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다양한 공연, 워크숍, 체험교육 등을 진행하고 역사성과 장소의 의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펼쳐 서울의 새로운 문화 명소로 자리 잡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입주작가를 공모하였으며 선정자에게는 작업 공간 제공 및 창작활동을 돕기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할 예정이다.
모집분야는 크게는 창작과 프로젝트로 나뉘며 시각예술, 공연예술, 공예, 연극, 무용, 건축, 문화 등 다양하다.
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덧 67년이 흘렀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북핵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어지러운 현 시대 상황 속, 마침내 문을 여는 대전차방호시설 평화문화진지의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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