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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진적 죽음 vs. 근원 적 변화 박영숙
  • 기사등록 2020-03-13 14: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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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적 변화란 이러한 기존의 지식과 기능을 다 버리고, '불확실한 세계로 발가벗은 채 뛰어 들어가는 것'이다. 이것은 두려울 수밖에 없는 선택이며, '정신적인 암흑기'라는 혼란이 초래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들이 근원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로버트 E. 퀸의 '딥체인지: 조직 혁신을 위한 근원적 변화' 중에서, 31쪽, 늘봄)



(아래 글은 최근 출간 된 위 책 '딥체인지'의 맨 앞부분에 제가 쓴 '개정판 발행에 부쳐'의 내용입니다.) 


‘변화’의 시대다. 인공지능(AI), 로봇, 블록체인, 제4차 산업혁명, 테크놀로지 기반 바이오 헬스케어 서비스... 기술 발달이 휘몰아 오고 있는 ‘변화의 시대’를 상징하는 키워드들이다.


써 놓고 보니, 변화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지금은 세상이, 비즈니스가, 그리고 나아가 인간의 모습과 본질까지, 어떻게 어디까지 바뀔지 모르는 ‘근본적인 변화‘의 시대가 아닌가. 미래를, 아니 10~20년 후를 생각하면 아찔할 정도다.


그래서인가. 요즘 개인과 기업들은 불안하다. 안개 자욱한 불확실성 속에서 시대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해답을 찾기 힘들어서다. 변화의 시대이자 불안의 시대인 셈이다.


직장인들은 AI가 소멸시킬 것이라는 직업의 명단을 미디어에서 보며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생산직 노동자, 사무직 노동자, 심지어 의사, 회계사, 변호사들마저 AI와 로봇으로 인해 자리가 위태로울 것이라는 경고를 들으며, 그동안 축적해온 지식과 경험이 어느 순간 쓸모없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커가고 있는 자녀들이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도록 조언해줄지 모르겠다며 무력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기업들도 기술 발달이 자신의 비즈니스 영역에 어떤 ’파괴적 변화‘를 가져올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등장, 계산대 없는 미래형 매장인 ‘아마존 고’의 개장... 우리에게 익숙한, 해당 비즈니스의 전통적인 모습을 파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서비스들이 잇따라 출현하고 있다. 위 사례에 해당되는 현대기아자동차나 신세계그룹만 긴장할 일이 아니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매개로 완전히 새로운 컨셉과 경쟁의 룰을 만들어 기존의 강자들을 위협하고 배제시키려는 시도들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필자는 2004년 11월17일 ‘예병일의 경제노트’ 칼럼에서 이 책을 소개한 적이 있다. 경제의 세계화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미루고 안주하다 초유의 IMF 사태를 겪었던 한국 사회에 ‘딥체인지’(근원적 변화.Deep Change) 를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책을 다시 읽었다. AI와 로봇, 바이오 기술 등이 키워드로 등장한, 2020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이 시대야 말로 로버트 퀸 교수가 이 책에서 주장한 ‘딥 체인지’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로버트 퀸의 지적대로, 우리는 근원적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 오면 ‘외면’하고 싶어진다. 그게 편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주하고 싶은 유혹을 극복해야 한다. 변화를 선택했다고 해서 끝난 건 아니다. 그때부터 고난과 위험이 시작된다. 정해져 있는 ‘해답’도 없다. 불확실한 공간으로 뛰어 들어 ‘다리를 놓아가면서 강을 건너’야 한다. 마음속의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고, 조직 내부의 저항을 이겨내야 한다.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자신의 일에 모험을 걸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위험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게다가 한 번 성공했다고 해서 멈춰서는 안 된다. ‘배움’을 통해 다시 미래에 적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전략을 찾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과거에 성공한 방법으로는 다시 성공할 수 없다. 변화의 사이클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예전에 사무실 공유 서비스 기업인 위워크 코리아에 1인용 사무실을 임대해 한 달간 사용해본 적이 있다. 필자에게는 회사 사무실도 있고 서재용 개인 작업실도 있지만, 위워크가 시도한 딥 체인지를, 그들의 생각을 배우고 싶었다. 처음 외국 잡지에서 위워크의 비즈니스 모델을 접했을 때 필자는 사무실 공유 서비스의 시장성을 무시하며 평가절하 했었다. 세상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전통적인 임대 비즈니스에 어떤 변화를 주었기에 위워크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들의 공간을 그들의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배우고 싶었다. 


영화 인턴에서 노년의 로버트 드니로는 젊은 사장 앤 해서웨이의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이렇게 말한다. "전 여기에 당신의 세계를 배우러 왔어요(I'm here to learn about your world)."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와 배움이고, 그것을 통한 도전이다.


끝을 알 수 없는 테크놀로지의 발달을 바라보며 불안과 위축,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가. 눈을 질끈 감고 안주하면, 아직까지는 따뜻한 듯 느껴지는 지금의 상황을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잠시일 뿐이다. 그건 서서히 죽음으로 가고 있는 ‘슬로우 데스’(점진적 죽음.Slow Death)이다. 아니, 몇 년 전부터 사업 구조의 근본적 혁신을 추구하며 ‘딥 체인지’를 강조하고 있는 SK 최태원 회장의 말처럼, 이 시대에는 ‘서든 데스’(급사.Sudden Death)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편안한 길은 아니지만, 피곤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길이지만, ‘딥 체인지’를 시도하는 것. 훗날 돌아보면 그것이 안전한 길이었음을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딥 체인지냐, 슬로우 데스냐... 근원적 변화를 선택하지 않으면, 앞에는 점진적 죽음이 있을 뿐이다. 개인과 기업 모두 말이다. 우리는 그런 시대로 이미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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